저명인사 100명 반대 성명… 유명 기업인 “침묵하지 않을 것”
장쩌민도 강력한 반대 피력해… 당국, 웨이보 검색 일부 차단
서구 언론 우려… 백악관은 신중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을 위한 ‘주석 임기 제한 폐지’ 개헌 추진에 중국 안팎의 여론이 들끓고 있다. 저명한 학자들이 집단으로 반대 성명을 내고, 장쩌민 전 국가주석도 강력한 반대 목소리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에서도 ‘독재정치의 폭주’가 국제정세의 불안 요인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천안문 민주화운동 학생 지도자였던 왕단은 시 주석이 개헌 시도로 황제의 야심을 드러냈다고 비난하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고 홍콩 빈과일보와 명보 등이 27일 보도했다. 성명에는 중국사회과학원 정치연구소장을 역임한 옌자치 등 100명가량의 저명인사가 참여했다.
왕단은 “시진핑의 황제 야심은 중국 인민에게 중대한 재난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는 신해혁명 이후 이뤄낸 역사의 퇴보이며, 40년 개혁개방의 철저한 부정”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재계 인사인 왕잉파도 “공화국 제도는 중국 인민이 100년간의 투쟁으로 쟁취한 이상이자 집권당의 약속이다. 개헌 추진은 배반이자 역사의 퇴행”이라며 “나는 절대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청년보 산하 잡지 빙뎬의 전 편집자 리다퉁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베이징 대표 55명에게 다음 달 초 열리는 회의에서 개헌 반대표를 던질 것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그는 “국가주석 연임 제한은 문화대혁명으로 인한 막대한 희생의 결과물”이라며 “국가 지도자의 연임 제한이 없는 나라는 반드시 재앙에 빠진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반체제 인사 차젠궈도 전인대 상무위원회에 ‘연임 제한’ 폐지를 반대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장 전 주석도 장기집권 시도를 단호히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제19차 공산당대회 직후 장 전 주석을 만나 임기제한 삭제 의사를 타진했으나 장 전 주석은 “절대 안 된다”며 반대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반발이 확산되자 중국 최대 SNS인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는 ‘국가주석 임기’ ‘임기 연장’ 등의 키워드 검색이 차단됐다. 또 임기 연장 개헌안 관련 링크도 연결되지 않았다. 아울러 대학교수들에게도 개헌안 관련 인터뷰 금지령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아사히는 시 주석이 임기제한 철폐를 강행하려는 것은 자신의 군 개혁과 반부패 드라이브에 대한 당내 불만 때문에 5년 뒤 퇴임하면 역풍을 맞을 것을 우려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이 2013년 취임 직후 외국 고위인사에게 “강한 지도력이 없으면 이 나라는 변하지 않는다. 나는 통치 시스템을 바꿀 것”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해외에서도 우려가 쏟아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마오쩌둥 1인 독재 시대 회귀를 뜻하는 시 주석의 장기집권 시도에 대해 “중국이 다시 독재로 돌아가면 광범위한 충성 압박이 정직한 정책토론을 밀어내면서 마오쩌둥 말기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 언론도 “독재정치가 폭주를 시작하면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는다”(아사히),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것이 역사의 진리”(마이니치신문)라고 비판했다.
미국 백악관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6일(현지시간) 중국의 헌법 개정 추진에 “중국이 내릴 결정”이라며 구체적인 논평을 삼갔다. 이는 협력과 견제를 동시에 해야 하는 시 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묘한 관계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AFP통신은 분석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시진핑 황제 야심은 재난” 들끓는 중국
입력 2018-02-28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