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윤마저 사임… 美정부 ‘한국계 라인’ 잇단 실종

입력 2018-02-28 05:00

조셉 윤 “은퇴는 전적으로 내 결정” 대북 강경 NSC 라인과 갈등도 시사
외교가 “우리 정부엔 안 좋은 신호”

조셉 윤(사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이번 주 중 사임하기로 했다. 북·미 대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시점에 미국의 대북 창구인 조셉 윤의 사임 소식이 흘러나와 워싱턴 외교가가 의아해하는 분위기다.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였던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낙마에 이어 조셉 윤까지 물러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 ‘한국계 라인’ 실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조셉 윤은 27일(현지시간) CNN방송 인터뷰에서 “이 시점에서 은퇴하는 것은 전적으로 내 결정”이라며 사임 방침을 확인했다. 그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아쉽다”는 말과 함께 자신의 사임을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우리 외교부는 정례 브리핑에서 “조셉 윤의 은퇴는 개인적인 사정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64세인 조셉 윤은 1년여 전부터 “그만둘 때가 됐다”며 은퇴 의사를 밝혀 왔다. 특히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 당시 자신보다 하급자이던 수전 손턴이 동아태 차관보 대행으로 지명되자 물러날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조셉 윤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이제는 (나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대통령과 코드를 잘 맞출 수 있는 인사가 대북 접촉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 내 대북 강경 기류, 특히 이를 주도하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라인과 갈등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조셉 윤은 대표적인 대북 대화파로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와의 뉴욕 채널을 통해 북·미 대화를 모색해 왔다. 백악관 내 대표적 ‘매파’인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등 NSC 주류는 이른바 ‘60일 플랜’(북한이 60일간 도발을 멈추면 북·미 대화의 신호가 될 수 있다)을 주장하는 조셉 윤을 철저히 견제해 왔다.

우리 정부 안팎에서도 그의 사퇴를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와 연결짓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북·미 대화를 재개하려는 시점에 조셉 윤이 물러난 것은 우리 정부에는 안 좋은 신호”라며 “미국이 북한에 상당히 강경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우드로 윌슨 국제학술센터 에이브러햄 덴마크 아시아 담당은 “중요한 시기에 조셉 윤이 사임해 미국 정부에 치명적 손실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카고트리뷴은 톰 섀넌 국무부 정무차관에 이어 조셉 윤까지 연이어 사퇴한 사실을 거론하며 “외교관들이 국무부에 귀 기울이지 않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셉 윤은 한국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때인 1963년 세계보건기구(WHO)에 근무하는 아버지를 따라 도미했다. 1985년부터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으며 아시아 전문가로 통한다. 2016년 10월부터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맡아 왔다.

정건희 권지혜 기자 moderato@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