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구호품 현지 배급자, 피란민 여성 상대 性 착취

입력 2018-02-28 05:05
동물보호단체 ‘네 발(Four Paws)’이 내전 중인 시리아의 동물원에서 구조한 사자가 26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베들레헴에 있는 라이온스록 로지 동물보호소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다. 시리아의 버려진 동물원에서는 많은 동물들이 폭격으로 죽거나 우리에 갇힌 채 굶어죽고 있다. AP뉴시스

전쟁 중인 시리아에서 피란민 여성들이 구호품을 건네받는 대가로 성(性) 착취를 당하고 있다. BBC방송은 국제 구호단체로부터 물자를 전달하는 현지 남성들이 피란민 여성들에게 성상납을 강요하는 일이 만연하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동(東)구타 지역을 비롯한 시리아 일부 지역에는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군의 폭격이 쏟아지는 등 전쟁이 한창이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구호단체들은 구호품을 전달하기 위해 지방정부나 현지 단체의 힘을 빌리는 경우가 잦다. BBC는 이 때문에 구호단체들이 성 착취가 일어나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구호품 전달을 맡은 현지 남성들은 피란민들의 절박한 사정을 이용해 일상적으로 성상납을 받는다. 이 때문에 일부 피란민 여성들은 구호물품을 받으러 가기를 거부하는 실정이다.

유엔인구기금(UNFPA)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시리아로부터의 목소리 2018’ 보고서에 따르면 피란민 여성들은 식료품을 전달받는 대가로 ‘단기 결혼’을 통한 성상납을 강요받는다. 또는 가정에 구호품을 배달하는 남성에게 동침을 요구받기도 한다. 특히 배우자가 사망한 여성이나 이혼한 여성은 이런 환경에 훨씬 쉽게 노출된다.

이 같은 사례가 처음 보고된 건 3년 전이다. 당시 구호활동가 다니엘레 스펜서는 2015년 3월 시리아 남서부 도시 다라와 쿠네이트라에서 조사를 벌여 국제사회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같은 해 6월 국제구호위원회(IRC)가 같은 지역을 조사해 피란민 여성들의 약 40%가 구호품을 대가로 성 착취를 당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해 7월 국제 구호단체들은 UNFPA 주관으로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회의를 열어 감시체제를 강화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당시 논의에 참석했던 구호단체 관계자는 BBC에 “유엔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지한 시도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