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또 경영계 대표로… 근로시간 등 첨예한 현안 적극적인 목소리 낼 것 기대
노동 친화적 정부와의 관계, 내부 불협화음 등 난제 많아
우여곡절 끝에 손경식(79·사진) CJ그룹 회장이 제7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에 선임됐다. 손 회장은 2013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서 물러난 지 5년 만에 다시 경영계를 대표해 노사관계 현안을 다루게 됐다. 회장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경총 내부의 불협화음을 수습하는 것도 손 회장의 과제다.
경총 전형위원회는 27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회의를 열고 손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했다. 위원 6명 중 해외출장으로 불참한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을 제외한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 김영태 SK 부회장,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 박복규 경총 감사, 조용이 경기경총 회장 5명이 만장일치로 손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결정했다. 위원회는 “손 회장이 재계의 높은 신망과 존경을 받고 있고, 대한상의 회장 재직 당시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해 노사정 합의를 도출했다”며 추대 배경을 설명했다.
곧이어 인도 출장 중인 손 회장이 수락 의사를 밝히면서 이날부터 2년 임기가 시작됐다. 손 회장은 CJ그룹을 통해 “중차대한 역할을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중소기업을 포함한 재계와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경영계 목소리를 충실히 대변하겠다”고 전했다.
재계에선 손 회장이 한때 80여개에 달하는 직함을 가졌을 정도로 폭넓은 경험과 인맥을 갖춰 원만하게 회장직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2005년 11월부터 2013년 7월까지 대한상의 회장을 맡아 노동계와의 협상 경험이 많은 만큼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굵직굵직한 현안에서 경영계 입장을 적극 대변해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손 회장은 중도 사임하긴 했지만 대한상의 회장을 오랜 기간 지냈고, 지난해 전경련 차기 회장으로도 거론되는 등 재계를 대변할 적임자”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계에선 손 회장이 노동친화적인 정책을 펼치는 현 정부와 얼마나 대립각을 세울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 중소기업 회원사들은 삼성, CJ 같은 대기업 출신의 손 회장이 대기업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내홍이 있었던 만큼 조직 분위기를 어떻게 다잡을지도 고민거리다. 김영배 전 상임부회장을 정점으로 한 사무국이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 개입했다는 관측과 여당 의원의 개입 의혹까지 나온 상황에서 차기 상임부회장 선임이 문제 해결의 키가 될 전망이다. 전형위원회는 이날 차기 상임부회장에 대한 논의는 없었고 손 회장에게 추천하도록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경총 안팎에선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이 후보로 거론된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말 많던 경총 새 회장, 결국 대기업으로… 손경식 CJ회장
입력 2018-02-28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