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NARA서 영상 찾아내… 1944년 9월 美병사가 촬영
2016년 공개한 학살 사진과 같은 장소·같은 인물 등장
일본 내 위안부 연구자 “위안부 합의 변경은 당연”
조선인 위안부들이 살해당한 후 버려진 모습이 담긴 영상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1944년 미·중 연합군 164통신대 사진중대 B파견대 볼드윈 병사가 중국 윈난(雲南)성 텅충시에서 9월 15일 촬영한 ‘등충의 전투’라는 제목의 19초짜리 흑백영상이다. 이 영상에는 발가벗겨진 채 버려진 위안부들의 사체, 시신들이 불태워지는 장면, 시체를 매장하러 온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군 병사의 모습 등이 보인다.
일본군 위안부 자료 발굴을 지원하고 있는 서울시는 27일 시청사에서 ‘일본군 위안부 국제콘퍼런스’를 열고 서울대인권센터 정진성 교수 연구팀(이하 ‘서울대 연구팀’)이 발굴한 조선인 위안부 학살 영상자료를 공개했다. 일본군이 위안부를 학살했다는 증언이나 기사 등이 나온 적은 있지만 학살 현장이 촬영된 영상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서울대 연구팀은 2016년과 2017년 두 차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을 방문해 이 영상을 발굴했다. 앞서 2016년 서울대 연구팀은 텅충에서 촬영된 조선인 위안부 학살현장 사진을 발굴해 공개했다. 연구팀은 전쟁 당시 연합군이 사진과 영상을 함께 촬영했다는 점에 주목해 위안부 학살 사진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을 찾아냈다.
이번에 발굴한 영상과 2016년 발굴한 사진을 비교해보면 각도만 다를 뿐 동일한 장소에서 촬영된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영상과 사진 속 중국군 병사들의 옷차림이 일치하고, 사체가 버려진 구덩이의 모습도 같다. 영상 속에는 사진에 나온 중국 병사가 시체의 양말을 벗기는 모습도 나온다.
연구팀에 따르면, 패전이 임박한 1944년 9월 중국 송산과 텅충에 주둔하고 있던 일본군에게 당시 일본 작전참모였던 쓰지 마사노부 대좌는 “지원병력이 도착하는 10월까지 계속 저항하라”는 사실상 옥쇄(강제적 집단자결) 지시를 내렸고, 이를 거부했던 조선인 위안부들은 일부 민간인과 함께 일본군에 의해 살해당했다. 당시 송산과 텅충에는 조선인 위안부 70∼80명이 있었으며, 이 중 연합군에 포로로 잡힌 23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 학살당했다.
연구팀은 이 영상을 비롯해 사진자료 2점, 작전일지 등 문서 14점도 함께 공개했다. 이 자료들은 모두 1944년 9월 송산과 텅충에 주둔했던 일본군을 공격한 미·중 연합군이 생산한 것이다.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조선인 위안부 학살은 연합군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연합군이 9월 14일 오후 6시55분에 보고한 정보문서에는 “13일 밤(등충 함락 직전) 일본군은 성 안에 있는 조선인 여성 30명을 총살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날 국제콘퍼런스에는 일본과 중국 위안부 연구자들도 참석했다. 일본 내 위안부 자료관인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자료관(WAM)’을 운영하는 와타나베 미나 사무국장은 2015년 체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문재인정부가 태도를 바꾼 것에 대해서 “위안부 합의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반발과 반대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새로운 정부가 기존 방침을 바꾸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비슷한 사례로 미국에서도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했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日, 패전 직전 위안부 집단살해 매장… 영상 첫 공개
입력 2018-02-27 18:37 수정 2018-02-28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