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희귀병 극복한 사연·각오 밝혀… 학부모 “장애 힘들지만 감동도 있어”
“장애에 상관없이 누구나 탈 수 있는 교통수단을 디자인하고 싶습니다.”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세브란스병원 중강당에서 김어진(20)씨가 휠체어에 탄 채 자신감에 찬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김씨는 희귀질환인 듀센형근디스트로피(DMD)를 극복하고 올해 한국교통대 디자인학과에 입학했다. DMD는 유전 이상으로 근육이 서서히 퇴화하는 병이다. 10살부터는 걷지 못하고 15살 이후에는 호흡기를 달아야 한다. 김씨가 5살이 됐을 때 이 질환에 걸린 사실을 알았다.
김씨는 어릴 적 철도기관사가 꿈이었다. DMD 때문에 꿈을 잃게 됐을 때, 김씨는 새로운 꿈을 찾았다. 장애인이든 아니든 누구나 쉽게 탈 수 있는 교통수단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김씨가 한국교통대 디자인학과에 입학한 이유다. 김씨는 “부모님과 의사선생님께 감사하다”는 말로 고마움을 표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는 김씨처럼 각종 신경근육계 희귀질환 때문에 호흡근육이 약화돼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했던 이들이 대학에 입학하거나 무사히 졸업한 것을 축하하는 행사가 열렸다. 호흡재활센터 환자 14명과 그 가족들, 의사 등 100여명이 모였다.
3살 때부터 근육이 마르는 병인 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이종명(19)씨는 “힘들었던 경험이 발판이 돼 성장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나사렛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올해 전남대 시각정보디자인과를 졸업하는 곽희진(23·여)씨의 어머니 오은이(50)씨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오씨는 “몸이 불편하다고 해서 괴롭고 힘든 것만은 아니다”며 “인생은 기쁘고 감동적인 일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곽씨는 생후 15개월 때 척수성근위축증(SMA) 판정을 받았다. 오씨는 “‘엄마 나 걸을 수 있어’라는 딸의 말에 용기를 얻고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곽씨는 졸업 후 한 중소기업의 디자이너로 일하게 됐다. 성적 우수상도 받았다고 한다.
희귀병을 극복하고 한자리에 모인 이들은 각자 꽃다발을 하나씩 끌어안고 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단체 사진을 찍었다.
손재호 조민아 기자 sayho@kmib.co.kr
장애 극복 ‘한국의 호킹’ 14명, 병원서 대입·대졸 ‘축하파티’
입력 2018-02-28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