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대통령, 6살 소녀에게 “순교하면 국기로 덮어줄게”

입력 2018-02-28 05:05
사진=AP뉴시스

터키의 ‘스트롱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사진 오른쪽) 대통령이 6살 소녀에게 순교를 운운해 비난을 받았다고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지난 24일 카라만마라슈에서 집권 정의개발당 집회를 연 에르도안 대통령은 군중 속에서 군복 차림에 밤색 베레모를 쓴 소녀가 거수경례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보시오. 여기 우리의 밤색 베레모가 있소”라고 외치며 소녀를 손짓으로 불렀다. 밤색 베레모는 시리아 아프린에서 쿠르드 민병대와 교전 중인 터키 특수부대의 별칭이다.

아민 티라스라는 이름의 소녀는 경례할 때부터 울먹이더니 무대 위로 옮겨지자 울음을 터뜨렸다(왼쪽). 에르도안 대통령은 눈물 흘리는 티라스의 양 볼에 입을 맞추고 “밤색 베레모는 울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터키 국기가 이 아이의 포켓에 달려 있다”며 “얘가 순교자가 된다면 국기로 덮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얘는 모든 게 준비돼 있다”며 “그렇지 않니”라고 묻자 아이는 “네”라고 대답했다.

지난달 아프린 군사작전이 시작된 이후 에르도안 정권은 전쟁을 옹호하는 캠페인을 전국적으로 벌이고 있다. 이 행사도 그중 하나였다.

그러나 SNS에선 어린아이에게 전장에 나가 목숨을 바치라고 독려한 것은 부적절하고 지나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에르도안은 자기 손녀에게도 똑같이 말할 수 있을까”라고 썼다. ‘아동 학대’라는 지적도 있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