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화’ 언급하긴 했는데… ‘적절한 조건’ 내세운 트럼프

입력 2018-02-28 05:00

도널드 트럼프(얼굴) 미국 대통령이 ‘적절한 조건’을 기반으로 한 북·미 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가진 주지사들과의 연례 회동에서 “북한은 대화를 원하고 있지만 우리는 오직 적절한 조건 아래에서만 대화하기를 원한다(We want to talk only under the right conditions)”고 밝혔다.

북한이 미국과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음을 밝힌 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의견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적절한 조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밝혀온 것처럼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명확히 해야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전날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북한의 메시지가 비핵화로 가는 첫걸음일지 지켜보겠다”며 “북한과의 어떤 대화도 비핵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AP통신도 “미국 정부는 북·미 대화가 열리기 전에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철회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방남했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미국과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며 북·미 대화에 나설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비핵화 문제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에서 또 전임 대통령들이 지난 25년 동안 북한과 대화를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빌 클린턴 전 행정부는 북한에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고 건물(경수로)도 지어줬지만 북한은 합의에 서명한 뒤 핵 개발을 이어갔다. 끔찍하다”고 했다. 또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고,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도 뭔가 하고 싶어 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을 험하게 대했다”면서 “그래서 북한이 대화하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행정부의 실패를 열거한 뒤 ‘북한이 대화를 원하기 시작한다’고 말한 것은 과거 정권과 차별화된 ‘최대의 압박작전’이 효과를 거두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또 전임 행정부처럼 북한에 대화를 위한 보상을 제공하고 정작 핵 개발은 막지 못한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그는 “전임 행정부도 북핵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그럴 것이다. 엄청난 희생, 누구도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숫자의 희생에 대한 문제”라면서 북핵 문제 해결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 국가에 더 큰 역할을 주문했다. 그는 “중국은 대북 압력을 통해 지금까지 해 왔던 것보다 더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훌륭하지는 않았다”면서 중국에 더 많은 역할을 촉구했다. 이어 “중국이 (북한에) 물자 공급을 중단한 것과 달리 러시아는 늘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