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7일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과로사회를 벗어나 국민 삶의 질이 한층 개선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는 최장 근로시간의 오명을 갖고 있다. 한 해 수백명이 과로로 사망한다. 근로시간을 줄이면 ‘저녁이 있는 삶’과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해지고 줄어든 근로시간을 보충하기 위한 신규 채용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근로시간 단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인 만큼 28일 국회 본회의에서도 통과되기를 바란다.
환노위는 지난해 여야가 잠정 합의한 대로 근로시간 단축 적용시기를 기업 규모별로 3단계로 나누고 휴일근무수당을 현행대로 통상임금의 150% 지급하기로 했다. 대신 법정 공휴일 유급휴무를 민간으로 확대하고, 근로시간 제한이 없는 특례업종을 26개에서 운송·보건 등 5개로 대폭 축소했다. 그동안 휴일근로 중복 할증 200%를 주장해 온 민주노총은 즉각 “근로기준법 개악”이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일자리 나누기란 대의를 생각한다면 노동계 입장만 고집할 때가 아니다. 높은 할증률은 초과근로를 유인하는 측면이 있어 근로시간 단축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었고 청년실업률은 외환위기 수준이다. 덜 일하고 임금을 적게 받더라도 일자리를 나누려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우려되는 것은 기업들의 부담이다. 근로시간이 갑자기 크게 줄면 대체인력 추가 고용, 휴일 근로가산 지급 등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비용이 12조3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추계를 내놓은 바 있다. 대기업들은 어느 정도 준비가 돼 있어 괜찮다고 해도 문제는 중견·중소기업이다. 한경연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추가 비용의 70%를 중소기업이 떠안게 될 것이란 점을 지적했다. 가뜩이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 중소기업들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최저임금처럼 법이 시행되더라도 지키지 못하는 범법 사업장이 속출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300명 미만 중소기업은 시행 시기를 2020년 1월과 2021년 7월로 늦춘 만큼 근로시간 단축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무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활성화하고 경직된 노동시장도 유연화해야 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일이 많은 시기에 근로시간을 늘리고 일이 적을 때 근로시간을 줄여 월 기준으로 법정 근로시간을 지키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지금은 요건이 까다로워 잘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산업 안전과 특별한 비상 상황에 연장근로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등 보완 입법도 필요하다.
[사설] 근로시간 단축 바람직하지만 보완책도 마련해야
입력 2018-02-27 1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