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동결… 이주열 “한·미 역전돼도 자본 유출 가능성 적어”

입력 2018-02-28 05:00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임기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다. 뉴시스
통상압박·경기 불안 겹쳐 소비심리지수도 위축… 인상 모멘텀 실종 상태
“미국이 3∼4회 올릴 때 韓 1∼2회 인상하면 다행”

기준금리를 올리고 싶으나 올릴 모멘텀(동력)이 없다. 글로벌 경기는 좋은데 국내 경기는 계속 불안하다. 미국발(發) 통상 압박이 가중되고 있고 한국GM 군산공장은 폐쇄됐다. 수출 지표가 흔들린다면 경제심리 위축으로 직결된다. 이미 소비자심리지수는 석 달 연속 내리막이다. 그래서 나온 신중론이고 어쩔 수 없는 관망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50%로 동결하기로 만장일치 결정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끝까지 신중하고도 방어적인 모습을 보였다. 다음달 임기 만료를 앞둔 이 총재는 4년간 소회를 묻는 질문에 “다음에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답을 피했다. 청와대가 곧 차기 한은 총재 후보를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데, 4년 임기 중 마지막 금리결정 금통위를 주재한 이 총재의 얼굴에는 후련함이나 홀가분함을 찾을 수 없었다.

이 총재는 “한·미 간 금리 역전으로 인한 자본 유출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통화당국 수장은 당연히 ‘걱정된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음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99%에 가깝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연 1.50∼1.75%로 기준금리 상단이 우리보다 0.25% 포인트 높게 된다. 그리고 연준은 올해 3회를 넘어 4회까지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고 있다.

한·미 간 금리 역전은 결국 한국 금융상품의 매력을 낮추게 된다. 장기간 방치하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 나간다. 이 총재 말대로 외국의 중앙은행 국부펀드 공공기금 등 중장기 ‘건전’ 투자자금 비중이 높다 하더라도 돈은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른다. 한국 기준금리가 일정기간 시차를 두고 미국의 금리 향방을 따라왔던 중요한 이유다. 이 총재는 국내 경기에 대해서도 긍정론을 확신하지 못했다. 그는 한국GM 군산공장 철수와 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세이프가드 발동 등의 보호무역주의를 언급하며 “아직 수치상 피해는 미미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조처들이 확대될 경우를 우려했다. 이 총재는 “경제주체들의 심리 위축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심리 위축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는 108.2로 전월 대비 1.7포인트 떨어졌다. 기준선 100을 넘어 아직 긍정적이라곤 하지만, 최근 5개월 새 가장 낮았고 또 3개월 연속 내리막이다. 특히 6개월∼1년 후를 뜻하는 향후경기전망(-4) 가계수입전망(-2) 임금수준전망(-3) 같은 지수들이 동반 하락했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 때문에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국내 경기가 부진해 올리지 못하는 딜레마는 일단 차기 총재의 짐으로 넘어갔다. 4월 금통위는 차기 총재 임기 시작 열흘 뒤이고 5월은 지방선거 직전이라 기준금리를 건드릴 수 있을지 미지수다. 오석태 소시에테 제네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3∼4회 올릴 때 한국이 1∼2회 올린다면 다행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