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제대로 부양하지 않은 부모도 상속인에 해당한다는 민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부양 의무와 상속 자격은 별개로 봐야 한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A씨는 1981년 남편과 결혼해 딸을 낳았다. 부부는 결혼 4년 만에 이혼했고 A씨는 혼자서 딸을 키웠다. 딸은 2011년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숨을 거뒀다. 이 사고로 딸의 은행예금 800만원과 사망 보험금 2억3000여만원, 교통사고 가해 차량 측이 지불한 손해배상금 2억8000여만원을 합해 모두 5억1800여만원이 유산으로 남았다. 이 유산은 이혼 후 양육비를 전혀 주지 않았던 전 남편이 A씨와 절반씩 상속받게 됐다.
A씨는 전 남편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딸이 남긴 유산의 90%는 내 몫이고, 남은 유산 10%를 절반씩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 대신 ‘전 남편은 A씨에게 과거 양육비로 1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전 남편은 아버지로서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므로 상속 결격자”라며 또 다시 소송을 냈다. 이 과정에서 부양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은 직계존속(부모)에게도 상속권을 인정하는 민법 1004조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현행 민법은 상속인 사이의 살인, 유언서 위조 등 5가지 경우만을 상속 결격 사유로 규정한다.
헌재는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이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헌재는 “부양을 하는 것과 상속을 받는 건 서로 대응하는 개념이 아니다”며 “법정 상속인이 아닌 사람이 부양했다고 해서 상속인이 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헌재 “부양 의무 저버렸어도 자녀 사망보험금 받을 수 있다”
입력 2018-02-27 1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