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vs ‘공익’… 학교시설 개방 갈등 잇달아

입력 2018-02-28 05:05

시설 공유 공감대 확산 속 학교·학부모는 부작용 우려
지자체 등은 개방확대 주장 … 시설 선점 후 재대관 폭리도


각급 학교시설의 개방여부를 둘러싼 갈등이 늘고 있다. 27일 각 시·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초·중·고 학교시설 공유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학교·학부모와 지자체·생활체육 동호회 간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학교와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안전과 학교기물 파손, 쓰레기 투기, 성범죄 등 부작용이 적잖다”며 학교시설 개방에 미온적이다. 반면 지자체와 생활체육 동호인들은 “주민 건강과 여가를 위해 최대한 문호를 넓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북 구미산단 내 A초등학교는 최근 다목적 강당과 교문을 잠갔다가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들과 승강이를 벌여야 했다. 멧돼지 출몰이 이어지자 학교 측이 강당과 교문을 잠갔기 때문이다. 그동안 강당을 이용해온 배드민턴 동호회는 “사용료만 받고 출입을 일방적으로 막았다”며 학교를 항의 방문하고 교육지원청에 집단 민원을 제기했다. 교육지원청 중재로 교문 여는 시간을 줄이는 선에서 합의했지만 분쟁의 불씨는 남아있다.

인천에서는 공공기관들이 학교시설 개방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인천 서구의회는 지난해 서부교육지원청에 실내체육관·다목적 강당 보유학교 73곳의 시설개방을 요청했다. 1개 학교당 최대 3000만원의 교육비를 구예산 등에서 지원하는 만큼 학교시설을 공익 목적의 ‘실내체육’ 공간으로 활용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지원청과 대부분 학교는 “학생들이 수업 받는 건물과 연결돼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모 여중 관계자는 “안전관리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는데 시설 개방 이후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느냐”며 “여자중학교여서 외부인 출입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 예약시스템 방식인 서울에서는 장기계약 등을 통해 학교시설을 독점한 후 ‘재대관’으로 부당이득을 챙기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한 학교 체육관의 주말 대관료는 2만원대에 불과하지만 실제로 이 시설을 이용하려면 3∼5배 많은 6만∼1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특정인이 장기간 대관계약을 독점한 뒤 잇속을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지역의 경우 전체 296개교 중 280개 학교가 체육관·운동장을 실비 수준에서 개방하고 있으나 반강제적 ‘장학금 기부’가 여전하다. 생활체육회 등이 전기료 등 대여료를 제외하고도 해마다 학교 측에 장학금과 발전기금을 마지못해 내고 있는 것이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시설 개방은 학생들과 지역주민들의 공익을 추구하는 범위에서 실정에 맞게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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