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징역 30년 구형’ 박 전 대통령, 법치의 엄중함 돌아봐야

입력 2018-02-27 17:34
기소일로부터 317일 동안 100차례 진행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재판이 선고만 남기고 끝났다. 이번에도 박 전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검찰은 비어 있는 피고인석을 향해 최종 논고를 하고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피고인 방어권 보장의 핵심인 최후진술은 박 전 대통령을 만나지도 못한 국선변호인이 대신했다. 지난해 10월 박 전 대통령이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없다”며 재판 보이콧을 선언한 뒤 계속된 안타까운 법정의 모습이다. 이대로라면 선고공판 역시 피고인 없는 궐석재판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 탄핵, 구속, 재판은 박 전 대통령에게는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불행이다. 그렇다고 한탄으로 끝낼 수는 없다. 누가 어느 시점에 어떤 잘못을 했는지를 남김없이 밝혀 교훈으로 삼는 게 중요하다. 이번 재판은 대통령이 적법하게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어느 선을 넘어야 직권남용으로 처벌받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에 출연금을 낼 때 공익과 사적 이익 개입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얻을 수도 있다. 공소사실이 모두 대통령의 업무와 관련된 것이어서 향후 국정운영에 반영할 메시지가 적지 않다.

이것이 박 전 대통령 사건 재판이 갖는 역사적 의미다. 재판부는 무려 138명의 증인을 법정으로 불러 사실관계를 하나씩 되짚었고, 국정농단이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의견을 구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박 전 대통령은 빠졌다. 사법 절차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재판을 보이콧함으로써 사실관계의 최종적 확인을 방해했다. 법정에서라도 생각과 입장을 밝히라는 국민적 기대도 저버렸다. 4년여 동안 대한민국을 이끌었던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끝내 방기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박 전 대통령 탄핵 결정의 주요 이유로 헌법과 법률을 수호할 의지가 없었다는 점을 제시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재판에서조차 법을 무시하고 법치주의의 원칙을 가볍게 여겼다.

이제 박 전 대통령의 선고 공판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1심 재판일 뿐이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까지 절차가 많이 남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제라도 성실하게 재판에 임해야 한다. 그것이 역사 앞에 책임을 다하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