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틀리프 합류 ‘득과 실’… 높이 좋아졌지만 조직력 글쎄?

입력 2018-02-28 05:05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26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예선 1라운드 A조 4차전 뉴질랜드와의 경기에서 점프슛을 쏘고 있다.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탁월한 몸싸움으로 상대 골밑 공략… 수비 과정에선 의사소통 문제 노출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에 발탁된 귀화 선수 리카르도 라틀리프(29·한국명 라건아)가 국제 대회 데뷔전을 순조롭게 마쳤다. 대표팀은 라틀리프의 합류로 당초 기대했던 것처럼 골밑에서의 경쟁력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다만 라틀리프에 대한 공격 의존도가 높았던 점, 조직력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점은 해결해야할 과제로 떠올랐다.

라틀리프는 지난 23일과 26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예선 1라운드 A조 3∼4차전 홍콩, 뉴질랜드와의 경기에서 국가대표로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달 23일 특별귀화를 통해 한국인이 된 그는 비혼혈 선수 사상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두 경기 모두 라틀리프의 진가가 드러났다. 그는 홍콩전에서 15분18초만 뛰고 13점 9리바운드를 올렸다. 뉴질랜드전에서는 34분37초 동안 코트를 누비며 29점 11리바운드 4블록슛으로 활약했다.

한국프로농구(KBL)에서 보여줬던 라틀리프의 위력이 국제대회에서도 재현됐다. 라틀리프는 키가 199㎝로 센터 포지션에서 작은 편이다. 하지만 탁월한 몸싸움 기술을 앞세워 210㎝대의 뉴질랜드 장신 선수들을 상대로 차곡차곡 득점을 쌓았다. 페인트 존에서는 1대 1로 상대를 제압하는 공수 능력을 과시하며 안정감을 더했다.

라틀리프는 오세근, 이정현의 도움을 받아 여러 차례 득점 장면을 연출하는 등 토종 선수와의 호흡도 나쁘지 않았다. 리바운드를 잡은 뒤에는 상대 코트로 빠르게 달려 나가며 적극적으로 속공에 가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토종 선수들이 라틀리프에게 의존하는 경향은 짙어졌다. 라틀리프는 주로 페인트 존에서 플레이를 한다. 외곽에 있는 토종 선수들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줘야 시너지 효과가 난다. 뉴질랜드전에서 토종 선수들이 코트에 발을 붙인 채 라틀리프의 공격을 바라보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또 가드들이 비좁은 골밑에 자리 잡은 라틀리프에게 무리하게 패스를 시도하다 실책이 나오기도 했다.

팀 수비 역시 보완해야할 요소다. 라틀리프는 지역 방어 때 팀 동료들과 상대 수비를 맞바꾸는 과정에서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손쉬운 외곽슛을 내줬다. 라틀리프는 지난 19일 대표팀에 처음 합류해 동료들과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 2승 2패로 조 3위인 대표팀이 상위 라운드에 진출하려면 중국과의 5차전이 열리는 6월까지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