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의 처리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미국 본사는 작년 말 만기도래한 부채 중 4000억원을 회수하고 나머지는 이달 말까지 상환을 일시 연장하는 형태로 한국GM을 사실상 부도상태에 빠뜨리겠다고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군산공장도 폐쇄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는 화들짝 놀라서 뒤늦게 열심히 협상에 나서는 모양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동안 산업은행이 제대로 2대 주주 역할을 못했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정부가 제대로 협상해 해결할 것인지 미심쩍은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의 협상 결과를 판단하는 데 사용할 적당한 기준점이 필요하다. 필자는 그 기준점이 ‘한국GM을 법원이 관리하는 회생절차(법정관리)에 편입했을 때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협상 결과가 법정관리 편입 시의 결과보다 좋으면 성공, 그보다 못하면 실패다.
한국GM을 지금 법정관리에 넣을 수 있을까. 또 그렇게 한다면 어떤 결과가 있을까. 우선 산은은 한국GM을 법정관리에 넣을 수 있다. 현재 한국GM은 채무초과 상태로 사실상 부도상태라고 봐야 하기 때문에 신청의 사유가 존재하고, 산은은 한국GM의 주식을 10%를 초과해 보유한 주주이므로 채무자회생법 제34조 제2항에 의해 회생절차를 신청할 수 있다. 한국GM이 법정관리 상태에 들어가면 미국 본사에는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우선 본사가 채권자로서 보유한 모든 채권은 다 동결된다. 재산보전처분 때문이다. 다음으로 미국 본사는 어쩌면 한국GM에 대해 경영권을 상실할 수도 있다. 기존 경영진이 부실에 책임이 있고, 기존 대주주가 경영진을 압박해 채무기업의 재산상태를 의도적으로 악화시켰다면 법원은 경영진을 내쫓고 별도 관리인을 선임할 수 있고, 대주주 지분을 소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미국 본사는 한국GM의 부실에 책임이 있을까. 그렇다. 적어도 그런 의혹이 존재한다. 한국GM이 본사로부터 조달한 부채 이자율이 국내의 전형적 이자율보다 높다는 점, 본사가 부품을 비싼 값에 한국GM에 넘기고, 완성차는 원가에 받아 갔다는 의혹, 연구개발비나 업무지원비 부담이 과중했다는 점 등은 모두 한국GM의 경영성과에 악영향을 미친 요소들이다. 미국 본사가 경영권을 상실하고 자신의 지분을 사실상 포기해야 할 가능성은 현실로 존재한다.
다음은 부당하게 회수한 채권에 대한 부인권 행사 가능성이다. 채무자회생법 제100조는 특정 채권자가 도산 시 또는 도산에 임박해 자신의 채권을 편파적으로 회수함으로써 다른 채권자의 이익을 해한 경우 이를 부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채무자회생법 제101조는 미국 본사처럼 채무기업의 특수관계인인 내부자의 경우 부인권의 소급 적용기간을 1년으로 확장하는 등 더욱 엄격하게 내부자 행동을 규율하고 있다. 따라서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으나 미국 본사가 작년 말 만기도래한 채권액 중 4000억원을 회수한 부분은 잠재적으로 부인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미국 본사가 보유한 3조원대의 채권 역시 회생계획에 의하지 않고서는 이 채권을 변제받을 수 없다. 회생계획의 성공 여부는 미국 본사가 하기 나름이다. 경쟁력 있는 신차를 충분히 배정해주고 불필요한 비용 징수를 포기한다면 한국GM은 금방 살아날 수 있고, 반대로 미국 본사가 신차 물량을 찔끔찔끔 배정할 경우 회생채권을 회수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회생법원의 결정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 투자자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따라서 미국 본사는 이런 상황을 국제 중재법정으로 가져갈 수 없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산은과 정부는 매우 높은 기준점을 전제로 협상을 하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이런 대안을 포기하고 섣불리 미국 본사의 압박에 굴복할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전성인(홍익대 교수·경제학부)
[경제시평-전성인] 한국GM 협상의 대전제
입력 2018-02-27 1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