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전폭적인 후원과 입장권 판매 호조 등으로 평창올림픽은 흑자올림픽될 가능성 높아
‘하얀 코끼리’가 아닌 성공적인 대회로 기록되기 위해선 효율적인 경기장 활용 방안 조속히 마련돼야
“우리는 ‘하얀 코끼리(white elephant)’를 원하지 않는다.”
지난해 9월 평창 동계올림픽 후 경기장 재활용 방안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대한 구닐라 린드베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조정위원장의 답이다. 하얀 코끼리는 비용만 많이 잡아먹으면서 쓸모가 없는 걸 말한다. 대형 이벤트 후 유지비만 소요되는 ‘애물단지’ 경기장을 가리키기도 한다. 고대 태국 왕이 마음에 들지 않는 여우같은 신하에게 사료비가 많이 드는 흰색 코끼리를 하사해 파산시켰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다. 결국 린드베리 위원장의 말은 올림픽 개최를 위해 거액을 들여 지은 경기장이 올림픽 후 골칫거리로 남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2013년 9월 취임하면서 내건 ‘어젠다 2020’과 맞닿아 있다. 올림픽을 개최한 도시가 대회 후 파산 상태에 이르는 등 올림픽이 지나치게 값비싼 대회라는 비판에 휩싸이고 빚잔치 걱정 때문에 유치 열기도 식자 이를 획기적으로 줄일 방안을 담았다. 기존 시설이나 임시 또는 분리 가능한 경기장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으며 대회 운영 비용을 줄이고 모든 측면에서의 지속가능성을 중시해 올림픽 후에도 시설 활용을 계속 모니터링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2020년까지 추진될 올림픽 무브먼트의 청사진으로 처음 적용되는 올림픽이 평창올림픽이다.
전 세계 92개국 2900여명의 선수가 참가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평창올림픽이 17일간의 열전을 뒤로하고 막을 내렸다. 폐막된 지 사흘이 지났지만 선수들이 만들어낸 감동의 인간 드라마로 올림픽 열기가 여전하다. 평창올림픽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올림픽 개최에 따른 경제효과는 돈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엄청나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림픽의 간접 효과가 32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국민 통합 및 사기 진작 효과, 국가 브랜드 홍보 및 국격 상승효과 등을 더한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평창올림픽은 경제에 있어서도 전 세계적 메시지가 크다”며 “한국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잠정 집계지만 3000억원 적자가 예상됐던 대회 운영 비용은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의 후원과 입장권 판매 등으로 충분히 메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운영만 보면 흑자올림픽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평창올림픽이 새로운 지평을 연 대회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부터다. 차분하게 주판알을 튕겨야 할 시기가 왔다는 얘기다. 손익계산서 앞에 누군가는 지갑을 열어야 한다. 경기장 등 올림픽 유산을 관리하는 데는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평창의 최대 숙제이자 난제다. 경기장 13곳에 투입된 돈만 해도 9876억원에 달한다. 한국산업전략연구원은 올림픽 이후 경기장 시설 관리·운영에 매년 101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과 하키센터,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 스키점프 전문 체육시설 4곳은 일반인의 이용이 어려워 수익성을 도저히 맞출 수 없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과 하키센터, 가리왕산에 만들어진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관리주체가 정해지지도 않았다.
올림픽이 개최지에 재정적 부담을 준 사례는 많다. 1976년 하계올림픽을 치른 캐나다 몬트리올은 10억 달러가 넘는 빚을 갚느라 30년을 허덕였고, 일본 나가노는 1998년 동계올림픽을 치렀으나 100억 달러의 빚더미에 앉았다. 2016년 브라질에서 열린 리우올림픽은 적자 규모가 6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2014년 아시안게임을 유치한 인천시는 사후관리로 인해 재정악화를 겪고 있고 부산시도 2002년 아시안게임을 치른 후 시설유지에만 매년 수십억원을 쏟아 붓고 있다.
평창올림픽이 성공적인 대회로 남기 위해선 올림픽 유산을 중점 관리하고 효율적으로 이어나가야 한다. 한순간에 국가와 도시의 애물단지로 전락한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각 부처와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효율적인 경기장 활용을 통해 투자 대비 이상의 수익을 내야만 혈세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스포츠 체험상품 등으로 관광수요를 지속적으로 창출한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2002년)의 성공 사례를 유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올림픽이 남긴 유·무형의 레거시가 ‘위대한 유산’이 될지, ‘하얀 코끼리’가 될지 전 세계가 여전히 평창을 주목할 것이다. 평창의 성화가 꺼지지 않은 이유다.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
[김준동 칼럼] 평창의 성화는 꺼지지 않았다
입력 2018-02-27 1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