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마 28:19∼20) 예수 그리스도가 제자들에게 직접 전한 ‘지상대명령’이다. 제자들에게 내려진 복음 전파의 사명은 오늘날 모든 신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하지만 최근 한국교회의 현실은 2000년 전 예수의 명령과는 온도 차가 크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7 한국사회 주요 이슈’에 대한 기독교인 의식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일반 신자 가운데 ‘전도해서 교회에 출석시켜 본 경험’은 13.9%로 1998년(28.5%)에 비해 급감했다. 전도해서 교회 출석까지 연결시킬 정도로 헌신하고 있는 신자는 20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새세대아카데미(원장 곽요셉 목사)는 지난 22일 ‘전도의 위기, 신학이 답하다’를 주제로 경기도 이천 서이천로 에덴낙원메모리얼리조트에서 포럼을 열었다. 포럼 강연자들은 신자를 단순히 교회 출석하고 십일조 내는 사람, 교회 봉사 잘하는 사람 정도로만 인식한다면 제자가 아니라 모임에 가입한 회원에 그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선교적 사명을 가진 교회론을 회복해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제자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교가 교회의 본질이다
남성혁 명지대학교 사회교육원 원목은 선교론이 교회론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의 존재 목적을 선교에 두지 않으면 교회 운영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조직을 유지하기 위한 부수적 활동에 계속 발목을 잡힌다는 것이다. 교회 조직 유지에만 골몰할 경우, 새 신자의 유입이 아니라 더 좋은 프로그램을 가진 교회로 수평이동 해오는 신자만 늘어나게 된다. 이는 “가서 제자 삼으라”는 예수님의 명령에 반하는 결과를 낳는다.
남 원목은 이를 두고 “교회 건물 건축과 프로그램을 전도와 양육보다 앞세우는 건 마차를 말 앞에 두는 행위”라고 비유하면서 “최근 한국교회는 동력원인 말을 먹이고 키우는 데 집중하지 않고 마차에만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교회론이 선행하는 모델은 제자도를 내적 성숙으로 제한하게 되는 반면, 선교론이 앞서는 모델은 제자를 재생산한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선교적 교회 운동으로 유명한 마이크 브린 목사 역시 저서 ‘제자도 세우기(Building a Discipling Culture)’에서 “우리는 교회를 제자도의 근원이라기보다는 제자도의 결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자를 재생산하는 데 초점을 두는 이론을 ‘중심이론’으로 부른다. 여기서 회심은 단순히 교회 회원을 만드는 게 아니라 제자가 되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남 원목은 설명했다.
중심이론은 또한 사람들이 각자 처한 곳에서 제자로서의 삶을 시작하도록 한다. 이는 자신이 살고 있는 장소에서 복음을 전하는 일에 힘쓰게 만들어 불신자들과 다양한 접촉점을 만드는 단계로 이어진다. 교회의 능력은 내부 좌석을 얼마나 채우느냐가 아니라 교인들이 교회 외부의 삶에서 얼마나 제자 재생산을 위해 살고 있느냐로 판단된다.
반면 교회의 경계만 일단 넘어오면 교인이 되는 것으로 보는 이론은 ‘경계이론’이다. 회심은 교회 회원가입 정도의 의미를 가진다. 여기서 전도는 선택이다. 성숙한 교인은 전도한다. 하지만 전도하지 않는다고 해서 교인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교회가 이 같은 상태에 머물 때, 제자 재생산이라는 예수님의 명령은 희미해지고 교회 내부의 활동과 조직 유지에만 몰두하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 이는 한국교회 쇠퇴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교회의 경직된 구조 문제와 직결된다.
남 원목은 이처럼 제자를 재생산하는 교회는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라 의도적인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미국 휴스턴 서울침례교회 같은 경우 가정교회 형태를 바탕으로 제자 양육에 몰입한다. 교인 수평이동을 받지 않고 모든 교인이 최소한 한 명의 불신자를 초청해 제자로 살아가도록 하는 일에 힘쓰도록 원칙을 세웠다. “제자 재생산을 위해 영적 씨를 뿌릴 때 폭발적인 교회 성장을 경험할 수 있다”고 남 원목은 조언했다.
“예수천국 불신지옥”으론 역부족
김남식 CESI한국전도학연구소장은 ‘교회를 살리는 전도 신학’을 주제로 강의했다. 그는 우선 한국교회의 기존 전도 방식은 복음서에서 예수님이 개인을 만나 인격적인 방식으로 전도한 것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고 외치면 “예, 아니요” 두 개의 답 중 하나를 택하는 식으로 전도가 이뤄져 왔다는 것이다. 대규모 집회를 통해 부흥사가 회심을 촉구하면 수만 명이 나와 복음을 받아들이는 식이다.
문제는 이 같은 방식으로 1970∼1980년대 부흥을 경험한 한국교회가 1990년대 후반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와 함께 포스트모더니즘의 발흥이라는 정신적 혼란을 경험하면서 전도의 어려움이 본격화됐다는 점이다. 다원주의 사회에서 “예수 그리스도만이 구원에 이르는 길”이라고 주장하면 독선적이라는 공격을 받는다. 기독교는 이제 종교시장에서 자유경쟁을 통해 살아남아야 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김 소장은 “오히려 이런 시기야말로 성경이 말하는 전도의 본질이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앞서 남 원목이 말한 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그리스도인의 사명이 전도라는 것을 분명히 짚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스도인은 주일성수하고 십일조 내고 목회자 말을 잘 듣는 사람이 아니라 제자를 양육하는 사명에 충실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쌍방향 소통으로 전도 위기 넘어야
김 소장은 이를 위해 예수의 방식을 근본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수의 복음 전도는 인격적이다. 예수는 삭개오를 만났을 때(눅 19:1∼11) 죄인의 집에 들어간다는 주위 사람들의 수군거림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예수를 인격적으로 만난 삭개오는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자에게 내놓고 속여 빼앗은 것은 네 갑절로 갚겠다”(눅 19:8)고 말한다. 예수는 이 같은 삭개오의 고백을 들은 뒤 “인자가 온 것은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려 함이니라”(눅 19:10)고 말한다.
이는 오늘날 교회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많은 교회들이 전도를 하더라도 정해진 내용을 일방적으로 전달한 뒤 전화번호, 주소 등 필요한 신상정보만을 받아가는 형식적 방법을 취한다. 김 소장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권위와 일방향 소통에 거부감을 느낀다”며 “질문을 주고받는 쌍방향 소통을 통해 인격적 전도를 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비적 그리스도인’이라는 개념을 통한 목회 패러다임의 전환도 제시했다. 이 개념은 ‘베이직 크리스천’의 저자 로저 스터가 주장했다. 일반적 교회는 지역 내에 있는 교인만을 목회 대상으로 본다. 하지만 예비적 그리스도인 개념을 적용하면 교인이 아닌 지역주민들까지 관계를 맺고 목회해야 할 대상으로 염두에 두게 된다. 그 결과로 교회 내에서 전도할 때만 교회 밖과 관계를 맺지 않고 일상적으로 교회 밖 주민들과 사회적 관계를 맺고 접점을 찾는 데 힘쓰게 된다.
김 소장은 “전도의 위기라고 하지만 오늘날은 여전히 전도가 가능한 시대”라며 “교회가 자신의 할 말만 하고 돌아서는 게 아니라 깊은 대화를 통해 사람들을 회심시키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이천=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
‘모임 회원 같은 교인’ 아닌 ‘복음 전하는 제자’ 길러야
입력 2018-02-28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