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와 댓글… 구속 기로에 선 朴정부 두 안보실장

입력 2018-02-27 05:00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오른쪽). 뉴시스 국민일보DB

■"세월호 보고시간 왜 늦췄나"

김장수(70)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세월호 참사 상황보고서와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사후 조작에 관여한 혐의다. 국방부 장관과 안보실장, 주중대사를 차례로 역임한 외교안보 실세였던 그가 검찰 포토라인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전 실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조작을 지시했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이) 그런 지시를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분들과 실종된 분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고,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하며 허리를 굽히지 않아 '꼿꼿장수'라는 별명까지 붙었지만 이날은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김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 당시 초동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에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면피성 발언을 내놔 거센 비난을 받았다. 김 전 실장은 주중대사 시절인 2016년 11월 특파원 간담회에선 세월호 참사 당일 첫 보고시간과 방식에 대해 "언론에 나온 걸 보니 오전 10시에 서면보고한 것으로 돼 있더라"며 어물쩍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자용)는 김 전 실장을 상대로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대통령 최초 보고시간을 오전 9시30분에서 10시로 수정한 경위를 추궁했다. 대통령 훈령인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의 일부 조항을 임의로 변경하는 데 관여했는지도 캐물었다. 박 전 대통령의 지시·관여 여부도 조사했다. 검찰은 김 전 실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軍댓글수사 전 과정 통제 정황

김관진(68) 전 국방부 장관이 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정치개입 수사 전 과정을 통제하며 간섭했던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 검찰은 당시 국방부의 수사 축소·은폐를 김 전 장관이 주도한 것으로 의심한다.

26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국가정보원수사팀은 2013년 당시 해당 사건을 수사했던 백낙종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구속·예비역 소장) 등의 조사를 통해 김 전 장관이 사이버사 수사의 주요 단계마다 직접 보고를 받고 지침을 내린 사실을 파악했다. 당시 핵심 수사 대상이었던 김 전 장관이 수사를 장악하고 방향을 결정한 셈이다.

백 전 본부장은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군 사이버사의 정치 관여는 있었으나 조직적 대선 개입은 없었다"며 일부 요원의 과욕이라고 결론지었다. 백 전 본부장의 이 같은 발표는 윗선의 지침에 따른 것임이 최근 검찰 수사로 드러난 상태다.

검찰은 당시 김 전 장관이 주재하는 국방부 참모 조찬 모임을 전후해 백 전 본부장이 수사 상황을 보고하고 지시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백 전 본부장 역시 이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을 27일 직권남용 피의자로 불러 조사키로 했다. 군 사이버사 여론조작 활동 혐의로 구속됐다 구속적부심을 통해 석방된 지 약 3개월 만이다. 수사팀은 특수1부와 함께 지난 23일 김 전 장관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고 소환시기를 조율해왔다.

김 전 장관은 세월호 참사 관련 박근혜정부 각종 조작·은폐에 가담한 정황으로 특수1부에서도 수사를 받고 있다. 김 전 장관은 2014년 6월부터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있으면서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 사후 변경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