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정치탐구] 北 코피 내려다 주변국 피 흘릴라… ‘코피작전’ 현실화될까

입력 2018-02-28 05:05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국 전략폭격기 B-1B가 지난해 12월 열린 한·미 연합 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에 참가해 양국 전투기들과 편대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리 군의 F-16 2대, F-15K 2대, 미군 B-1B, F-35A 2대, F-35B 2대. 공군 제공
지난해 11월 한·미 해군의 동해 연합훈련 모습. 왼쪽 위부터 아래로 미 해군 항공모함 니미츠호, 로널드레이건호, 루스벨트호. 미 항모 옆 맨 위는 우리 해군의 서애류성룡함, 맨 아래는 세종대왕함. 해군 제공
지난 1월 태평양 괌 앤더슨 공군기지로 전진 배치된 미국의 장거리 전략폭격기 B-52H '스트래토포트리스'. 미 태평양공군사령부 페이스북 캡처
▨ 코피 작전
불시에 北 시설 선제타격해 위축되도록 한다는 시나리오
트럼프 관련 시그널 계속 보내

▨ 예상 시나리오
스텔스 기능 항공기 투입하거나 핵추진 잠수함 동원 시나리오
전산망 해킹 사이버전 예상도

▨ 시나리오 검토 징후
평창올림픽 전 B-2 B-52 괌 배치
지난해 韓·美 연합 군사훈련서 3개 항공모함 이례적 동원도

▨ 현실화 가능성
패럴림픽 후 군사훈련 재개
‘4월 위기설’ 다시 번지지만 확전 가능성 등 리스크 너무 커
비핵화 대화 참여 압박일 수도


미국의 제한적 대북 선제타격 개념인 이른바 '코피(Bloody Nose) 작전'이 외국 언론 등을 통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대북 선제타격이 미국 조야에서 계속 이어져 왔던 것을 감안하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갈 경우 코피 작전이 실행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순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불법 해상활동 차단을 위한 고강도 제재 발표에 이어 대북 군사 옵션을 실행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계속 보내고 있다.

선제타격 시나리오들

코피 작전은 ‘불시에 북한의 일부 시설을 선제타격해 북한이 위축되도록 하는 것’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정식 군사용어는 아니다. 이러한 코피 작전 징후가 포착되기는 쉽지 않다. 미국의 선제타격 카드가 워낙 많은 데다 작전 자체가 은밀하고 신속하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전진 배치된 미국의 전략자산 규모나 지난해 한·미 연합 군사훈련 등을 감안하면 대북 선제타격 시나리오는 이미 치밀하게 만들어져 있다는 게 많은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코피 작전 시나리오로 미국의 B-2 폭격기와 F-22 랩터, F-35B 전투기 등 스텔스 기능을 갖춘 항공기 투입을 거론한다. 북한군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기들이 북한 영공 깊숙이 들어가 정밀 유도폭탄인 합동직격탄 등을 투하하는 시나리오다. F-22의 최고 속력은 마하 2.5(음속의 2.5배)로,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에서 발진하면 평양까지 10여분 안에 도달할 수 있다.

핵추진 잠수함이 동원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탑재한 핵추진 잠수함을 한반도 인근으로 은밀히 전개한 뒤 북한 주요 시설을 공격하는 방식이다.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은 최대 사거리 2500㎞로, 오차범위 3m 이내의 정밀타격이 가능하다. 지난해 4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150여발을 탑재할 수 있는 미 해군 핵추진 잠수함 미시간호가 부산항에 입항하기도 했다.

스텔스 폭격기나 핵추진 잠수함은 움직임 자체를 미리 포착하기 어렵다. 북한은 탐지거리 500∼600㎞의 레이더망을 가동 중이지만 B-2 폭격기 등 미군 스텔스기를 모두 탐지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핵추진 잠수함은 사실상 무제한 수중작전을 펼 수 있으며, 속도 역시 디젤 잠수함보다 3배 정도 빠른 만큼 경로를 미리 알아채기 쉽지 않다.

미 공격자산은 정찰기가 실시간 찍어 전송하는 좌표뿐 아니라 사전에 정찰위성 등을 통해 확보한 좌표를 공격 목표로 설정할 것으로 보인다. 타깃은 5㎿급 원자로 등 핵시설을 갖춘 영변 일대와 풍계리 핵실험장, 탄도미사일 운용을 맡은 전략군사령부 본부 건물 등이 될 수 있다. 북한이 1968년 나포해 전시 중인 미 해군의 푸에블로호나 평산 우라늄 광산, 양강도 영저리 등에 있는 북한 후방기지를 때리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은 27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가 가능한 북한 잠수함 격침작전 등 미국의 제한적 선제타격 카드는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며 “미 전력은 북한에 징후를 보여주지 않고 충분히 타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접 타격에 앞서 북한 미사일 전자장치에 이상을 일으키기 위해 전자기파(EMP)탄, 고출력마이크로웨이브(HPM)탄 등을 쏘는 작전도 가능하다. 과거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발사 실패율이 높아졌던 것은 미국의 전자 교란작전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이 아예 공격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 공격을 가할 수도 있다. 북한 전산망을 해킹해 파괴하는 이른바 사이버전(戰) 시나리오다. 미군은 누구의 공격인지 파악하지 못하도록 하는 해킹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인명 피해 가능성도 없다.

구체적으로 진행된 훈련들

미국은 공격 사인만 떨어지면 북한에 치명상을 입히는 작전 시나리오를 상당 부분 준비해 놓았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본토에 있던 전략폭격기 B-2 3대와 B-52 6대를 괌에 전진 배치해 뒀다. 미국이 지난해 9월 북한 레이더망에 잡힐 수 있는 전략폭격기 B-1B를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북까지 전개한 것도 ‘선제타격 시나리오를 언제든 실행할 수 있다’는 제스처로 해석된다. 확전 가능성을 상정한 시나리오까지 검토 중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 근거는 지난해 실시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다. 한·미 군 당국은 지난해 11월 미 해군의 로널드레이건호, 니미츠호, 시어도어루스벨트호 3개 항공모함을 동원한 해상 훈련을 동해에서 실시했다. 항모 전단은 확전 시 추가 공격에 필요한 전력이다. 정부 소식통은 “만약 북한이 제한적 선제타격에 반격할 가능성을 높게 볼 경우 미국은 한반도 인근에 항모를 여러 척 배치해 2차, 3차 공격을 실행하는 작전을 짤 것”이라며 “미국이 1994년 영변 핵시설 공격을 검토했을 당시엔 한반도 주변에 항모 5척이 배치돼 있었다”고 말했다.

한·미 공군이 지난해 12월 미 공군 F-22 전투기 6대와 F-35B 12대, F-35A 6대를 투입해 연합 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를 실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한·미 항공기들은 당시 북한 지하벙커와 미사일 이동식발사차량(TEL) 등 핵심 표적 700여개를 빠른 시간 내 제압하는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4월 초쯤 미국의 대북 군사 옵션이 실행될 것이라는 ‘4월 위기설’도 다시 번지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이 종료되는 3월 18일부터 한·미 연합 군사훈련 실시가 유력한 4월 1일을 전후로 한 시점이 고비다. 북한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중단되지 않을 경우 가만있지 않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다.

미군이 공식적으로 부인했지만 최근엔 미군 당국이 북한 선제타격을 염두에 두고 주한미군의 가족 동반을 금지했다는 루머도 나돌았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최근 주한미군에 가족 동반을 금지하거나 가족을 본토로 돌려보낸 적이 없다”며 “지난해 10월 실시된 ‘비전투원 소개 작전(NEO)’은 매년 실시되는 훈련”이라고 말했다.

너무 큰 리스크, 최대 압박의 방편

다만 미국이 한국인과 한국 내 미국인들 피해가 예상되는 작전을 전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합리적인 분석이다. 미국의 일회성 공격으로 끝나기 어려운 코피 작전은 수많은 인명 피해, 주변국과의 확전 가능성 등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미 “한국 동의 없이 한반도에서의 군사 행동은 있을 수 없다”고 미국에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의 반격, 확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코피 작전은 실행되기 어렵다”며 “미국이 북한의 반격을 무릅쓴 코피 작전에 나설 경우 한국뿐 아니라 북한의 공격 범위에 들어가는 일본과의 동맹 관계마저 끊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는 한반도 유사시 미군 전력이 출격하는 유엔군사령부 후방기지 7곳이 있다.

한 군사 전문가는 “불과 수개월 사이에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북·미 대화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했다”면서 “미국의 코피 전략은 북한을 비핵화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최대 압박의 한 방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