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사실 폭로 여성들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당정도 범정부 대책 논의
경찰, 의혹 내·수사 착수… 조민기 등 19명이 대상, 극단 대표 1명은 체포
문재인 대통령이 사회 곳곳에 뿌리박힌 성폭력을 발본색원해 달라고 주문했다. 범정부 차원의 수단을 총동원하고,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말라는 지시도 내렸다. 사회적 약자였던 여성들이 성폭력 피해 사실을 연이어 고발하며 ‘미투(#MeToo)’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가자 정부차원의 엄정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최근 가해자로 지목된 19명의 혐의에 대해 내사와 수사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젠더 폭력은 강자가 약자를 성적으로 억압하거나 약자를 상대로 쉽게 폭력을 휘두르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라며 “사회곳곳에 뿌리박힌 젠더 폭력을 발본색원한다는 생각으로 유관부처가 범 정부차원의 수단을 총동원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또 “피해 사실을 폭로한 피해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며 미투 운동에 동참한 여성들을 격려하고 지지했다. 이어 “사법당국은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행동에 호응해서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친고죄 조항이 삭제된 2013년 6월 이후 사건에 대한 수사기관의 적극적 관심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부끄럽고 아프더라도 이번 기회에 실상을 드러내고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법만으로 해결할 수 없고 문화와 의식이 바뀌어야 하는 만큼 범사회적인 미투 운동 확산과 분야별 자정운동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용기 있게 피해 사실을 밝힌 피해자들이 2차적 피해나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꼼꼼하게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도 오전 비공개 당정협의를 열고 공공영역 성폭력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논의된 범정부 대책은 최종 조율작업을 거쳐 27일 국무회의 안건으로 올라갈 예정이다.
수사기관도 일부 내사사건을 정식 수사로 전환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성범죄와 관련해 인지도가 어느 정도 있는 사람들 위주로 19명가량의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고소·고발이 들어온 사안은 물론 SNS에 올라온 성폭력 피해 폭로 글, 언론보도, 관련 제보 등을 살펴본 뒤 공소시효 완료 여부, 법 개정에 따른 친고죄 해당 여부 등을 확인해나갈 방침이다. 1차 수사대상은 유명인 위주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청장은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친고죄 폐지 이전에 일어난 사건은 실질적 형벌 가능성이 없다 해도 추후 그런 문제행동을 제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들여다볼 것”이라며 “이밖에 드러나지 않지만 있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의견·서면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투 사건 수사는 일선 경찰서의 서장(총경), 지방경찰청의 2부장(경무관)이 직접 관여하는 체제로 할 것”이라며 “현재로선 경찰 내부에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경찰이 현재 미투와 관련해 정식 수사 중인 인물은 배우 겸 전 대학교수 조민기씨와 진보성향 인권단체인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이자 전 경찰개혁위원회 위원 김덕진씨, 경남 김해 지역의 번작이극단 조증윤 대표 등 3명이다.
경남경찰청은 10대 청소년단원들을 강간한 혐의(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조 대표를 체포했다. 경찰은 이날 조 대표의 차량과 극단 사무실 등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찰은 피해 여성들로부터 “차량과 사무실 등에서 성폭력 등을 당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우 조씨는 2010년부터 청주대 연극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학과 학생들을 자신이 거주하던 오피스텔로 불러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의혹을 받고 있다. 충북경찰청은 조씨에게 성추행 등 피해를 입었다는 학생과 졸업생 5명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최예슬 강준구 기자smarty@kmib.co.kr
文 대통령 “모든 수단 동원 성폭력 발본색원하라”
입력 2018-02-27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