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26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숙소인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을 베이스캠프 삼아 연쇄 접촉을 이어갔다. 가는 곳마다 주목을 받았던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달리 김영철은 호텔에 머물며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가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비난받는 점을 감안해 외부 노출을 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김영철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전날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일정을 마치고 밤 12시를 넘어 워커힐호텔로 돌아갔다. 우리 측에서는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동행했다. 늦게까지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이 폐회식 참석 소감과 천안함 관련 입장 등을 물었지만 북한 대표단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이후 김영철 일행은 호텔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다. 대신 우리 측 고위 당국자들이 호텔로 찾아갔다. 취재진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사람이 많은 정문을 피해 인적이 뜸한 뒷문으로 드나들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한 오찬이 끝난 직후인 오후 2시39분쯤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카지노로 이어지는 보조출입문으로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잠시 후인 오후 2시52분쯤에는 정 실장이 차량을 타고 호텔을 빠져나갔다. 이어 오후 5시쯤에는 천 차관이 호텔 정문으로 나와 차량을 타고 떠났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워커힐호텔 안팎을 삼엄하게 경비했다. 1층 로비 안에도 20여명이 복도와 계단 입구 등을 지켰다. 정부가 김영철 일행 숙소를 워커힐호텔로 잡은 과정도 극비리에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투숙객 신원 노출을 피하기 위해 가명으로 예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밤샘 릴레이 협상에 대비해 정부 관계자들이 묵을 방도 함께 잡았을 가능성이 있다. 호텔 관계자들에게도 함구령이 내려진 듯 취재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워커힐호텔은 주변에서 접근이 쉽지 않아 경호와 보안상 유리하다는 점 때문에 방남한 북한 인사의 숙소로 자주 쓰였다.
조성은 황윤태 기자 jse130801@kmib.co.kr
北 김영철 ‘워커힐 칩거’ 호텔 밖 한 발짝도 안 나와
입력 2018-02-27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