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종신집권 추진은 13억 중국인 지능에 대한 모독”

입력 2018-02-27 05:00
사진=AP뉴시스

중국 내부서 비난 터져 나와… 네티즌들 “북한 따라가나”
집단지도체제 사실상 와해… 관영 매체들은 일제히 환영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 길을 여는 헌법 개정이 추진되자 중국 내에서도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사평론가 린허리는 26일 홍콩 빈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종신집권과 봉건왕조로의 회귀가 시 주석이 말하는 부강한 중국몽(中國夢)이라면 이는 코미디일 뿐 아니라 13억 중국인 지능에 대한 모독”이라며 “종신집권 추진은 비극의 시작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치학자 룽젠저는 전날 소셜미디어에 청나라 말기 스스로 황제에 올랐다가 몰락한 군벌 위안스카이의 사진을 올리며 “8000만명 중국 공산당원 중에 대장부가 한 명도 없고, 13억 국민은 구경꾼 노릇만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베이징의 역사학자 장리판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짐바브웨의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의 말로를 거론하며 시 주석의 장기집권 시도를 비판했다. 무가베는 37년간 독재를 하다 지난해 11월 군부 쿠데타로 축출됐다.

장리판은 “시 주석 임기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모른다”면서 “무가베보다 더 오래 집권할 수 있겠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시 주석이 2049년 건국 100주년 때까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때 시 주석은 96세가 된다. 시 주석은 2050년까지 미국에 맞선 초강대국으로 부상하겠다며 중국몽을 역설했었다.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선 “시 주석이 개헌에 성공한다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다” “중국이 가증스럽다” “우리가 북한을 따라가고 있다”는 식의 비판이 쏟아졌다.

시 주석이 ‘황제급’ 종신권력을 노리면서 독재의 폐해를 막기 위해 도입된 중국 특유의 집단지도체제가 사실상 와해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덩샤오핑은 마오쩌둥 1인 독재의 폐해를 막기 위해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하고 스스로 국가주석직도 피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집권 2기에 국가주석의 권한을 강화해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다만 관영 매체들은 헌법 개정안을 일제히 지지했다. 신화통신은 “헌법은 끊임없이 새로운 형세를 반영해 새 규범을 만들어내야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국가주석 연임 조항 삭제는 당 총서기, 국가주석, 당 중앙군사위 주석의 삼위일체 지도체제를 유지하고 당과 국가의 지도체제를 한 단계 더 완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쑤웨이 공산당 충칭당교 교수는 “2020∼2035년은 중국의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에 아주 중요한 시기로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