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 극우 금권정치와 포퓰리즘 사이… 이탈리아 어디로

입력 2018-02-27 05:00

베를루스코니의 우파연합 선두… 오성운동·중도좌파연합 2·3위
단독정부 구성 가능한 세력 없어 反유럽 목소리 커져 EU ‘촉각’

이탈리아 총선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좌·우·포퓰리즘 세력 모두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한 깜깜이 국면 속에 다음 달 4일(현지시간) 차기 정권의 윤곽이 가려진다. 억만장자 출신의 ‘금권정치 아이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0) 전 총리가 국제 정치무대에 복귀할지, 서유럽 최초로 포퓰리즘 정권이 전면에 등장할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최근 여론조사 추이는 혼전 양상이다. 지난해 개정된 새 선거법에 따라 상원(315석), 하원(630석) 모두 지역구 37%, 정당비례 61%, 재외국민 투표 2%로 의석을 배분하는데 ‘헝 의회(절대 다수당이 없는 의회)’ 출현 가능성이 높다.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전진 이탈리아(FI)를 중심으로 극우 동맹당과 이탈리아형제당(FDI)이 결성한 우파연합이 37% 안팎의 지지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단독정부 구성이 가능한 40% 이상 득표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부동층이 38%에 달해 개표 전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부패 정치 개혁을 모토로 출범한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이 28%로 우파연합의 뒤를 쫓고 있다. 단일정당 최고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연대 없는 독자 행보를 기본 방침으로 한다.

집권 민주당은 23%대의 부진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과 친(親)유럽연합(EU) 성향의 플러스이탈리아가 결성한 중도좌파연합 전체로 봐도 지지율이 27%에 불과하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 최대 패자(敗者)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반면 최대 수혜자는 뇌물수수와 성추문 등 부패정치의 상징으로 퇴장당했던 베를루스코니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2016년 세금횡령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피선거권까지 박탈당했지만 경기침체와 실업난, 반(反)난민 정서에 기대 화려하게 부활할 기세다. 우파연합이 연정을 통해 집권할 경우 막후 실권자로서 정계를 재차 좌지우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EU 잔류 및 난민 문제를 둘러싼 우파연합 내부의 입장차는 변수다. 마테오 살비니 동맹당 대표, 조르지아 멜로니 FDI 대표는 ‘이탈리아 우선주의’를 주창하는 극우 포퓰리스트들이다. 집권 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를 공언해 왔다.

그 틈을 타 지지율 1위 오성운동이 집권한다 해도 정국 안정과는 거리가 멀다. 오성운동은 강경한 반난민 기조, 유로존에 대한 반감 등 우파 어젠다와 좌파 경제정책을 혼합한 반체제 포퓰리즘 정당이다. 기회가 된다면 ‘연대 배제’ 원칙을 포기해서라도 집권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전문가들도 집권 가능성과 포퓰리즘을 연결고리로 누가 누구의 손을 잡아 연정을 성사시킬지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SWG의 마우리시오 페사토 대표는 로이터 통신에 “지금 유권자들이 보고 있는 캠페인은 가짜다. 이해관계에 따라 선거 다음날 (연대) 지형도는 완전히 뒤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EU는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이탈리아 내각 내 유럽담당 차관인 산드로 고치는 “총선의 가장 중요한 의제는 유럽이며, 그 결과는 모든 유럽인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도 “(EU는) 이탈리아 정부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탈리아는 EU 내 경제규모 3위이자 유로존 부채의 20%를 차지하는 중요 국가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