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새 사장 후보에 양승동 PD

입력 2018-02-26 21:20

KBS 새 사장 후보자로 양승동(57·사진) PD가 최종 선정됐다. 국내 공영방송 사상 처음으로 시민들이 선임에 참여한 후보자다.

KBS 이사회(이사장 김상근)는 26일 오후 양 PD, 이상요 세명대 교수, 이정옥 전 KBS 글로벌전략센터장 사장후보 3명을 면접하고 표결을 거쳐 양 PD를 최종 사장 후보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민자문단 평가 40%와 이사회 평가 60%를 합산한 결과다. 이사회가 양 후보자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면 국회 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임기는 지난달 22일 해임된 고대영 전 사장의 잔여 임기인 11월까지다.

1989년 KBS에 입사한 양 후보자는 한국PD연합회장과 KBS 부산총국 편성제작국장을 지냈다. 2008년 이명박정부 당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KBS 새노조)의 전신인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사원행동’을 조직하고 공동대표를 지냈다. 같은 해 정연주 전 사장 해임 반대 투쟁에 나섰다가 정직 4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기도 했다. ‘명견만리’ ‘추적60분’ ‘KBS 스페셜’ ‘역사 스페셜’ ‘세계는 지금’ 등 KBS 대표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연출했다. 방송 공정성을 위해 싸우다 징계를 받았다는 점에서 최승호 MBC 사장과 비슷한 이력이다.

양 후보자는 지난 24일 후보 정책발표회에서 “사장이 되면 가장 먼저 KBS가 정치와 자본 권력으로부터 ‘KBS 독립선언’을 하겠다”고 말했다. 또 “KBS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는 것이 공영방송 KBS가 가져야 할 철학과 비전”이라며 “사회적 공론 장 역할을 통해 건강한 민주주의가 작동하도록 해야 하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구성원 동의를 얻어 보도·시사제작국장을 임명하고 방송제작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편성위원회를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노사 공동으로 KBS 정상화위원회(가칭)를 설치하고 제작 자율성 탄압과 인사전횡 등에 대한 진상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도 했다. 디지털·모바일 분야에 예산과 인력을 집중하는 등의 뉴미디어 공약도 내놨다.

KBS 이사회는 지난 20일 신임 사장 지원자 13명 가운데 후보자를 3명으로 압축했다.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42명으로 구성된 시민자문단을 꾸려 지난 24일 정책발표회를 열고 후보자 발표 등을 들은 뒤 공영방송 철학과 KBS 정상화 방안 등 4가지 항목에 대해 각각 5점 만점으로 평가를 내렸다.

고 전 사장 해임을 반대한 야당이 청문회 일정 조율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취임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