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종교계로도 번지고 있다. 은폐되기 쉬운 종교계 내부의 성폭력 문제에 대해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경찰청은 26일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인 김덕진씨가 한 여성 활동가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피해를 입은 활동가는 SNS에 글을 올려 자신이 2014년 김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고 김씨가 자신에게 사과한 뒤에도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 다녀 2차 피해를 입었다고 썼다. 김씨는 SNS에 “용납될 수 없는 일로 큰 잘못을 했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려 추행 사실을 인정했다. 경찰은 기본적인 사실 관계 후 김씨를 조사할 방침이다. 김씨가 소속된 천주교인권위원회는 국내 대표적인 인권단체 중 하나로 1988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산하 인권소위원회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쌍용차 해고 노동자 문제, 광주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군 의문사 진상규명 등을 위해 활동해 왔다.
한 천주교 여성 신자는 최근 수원교구의 A사제가 7년 전 아프리카 남수단 선교 봉사활동 당시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고 언론을 통해 폭로했다. 천주교 수원교구는 전날 교구장 명의로 천주교 A사제의 신도 성폭행 미수 사건에 대해 사과문을 냈다. 이용훈 교구장은 서한에서 “교구장으로서 사제단을 잘 이끌지 못한 부덕의 소치로 이러한 사태가 벌어져 그동안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온 피해 자매님과 가족들 그리고 교구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말했다. 수원교구는 A사제에게 정직 처분을 내렸지만 후속 조치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다른 종교에서도 ‘미투 운동’ 후속 조치를 고민하는 모습이다. 기독교계의 경우 교회개혁실천연대가 다음달 2일 성폭력 관련 토론회를 가질 예정이다. 불교계는 ‘성평등불교연대’ 등 연합단체가 다음 달 말 토론회를 검토 중인으로 전해졌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신앙 공동체 안에서 주로 막강한 권력을 가진 성직자가 상대적 약자인 신도를 성폭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신자가 피해를 고발하기 어려운 만큼 성폭력 처벌과 예방을 위한 조치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종교계로 번진 ‘미투’… 경찰 ‘성폭력 신부’ 내사 착수
입력 2018-02-27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