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예배 중에는 꺼라

입력 2018-02-27 00:00

기도는 하나님과 대화를 나누는 행위다. 성도는 기도할 때 자신의 가장 은밀한 부분까지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 자신이 기도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솔직한 기도는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영국교회가 처음으로 CCTV 사용 윤리에 관한 판결을 내려 눈길을 끌고 있다.

영국 언론 텔레그래프는 영국의 교회법정이 기도하는 성도의 사생활이 침해되어선 안 된다는 이유로 교회는 예배 중에 CCTV를 꺼둬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지난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남부 캔터베리에 있는 세인트메리차트햄교회의 필립 브라운 목사는 교회를 신자들뿐만 아니라 비신자들에게도 개방하기 위해 CCTV 2대를 설치하려고 했다. 교회를 개방할 경우 기독교 혐오나 종교 갈등 등으로 인한 기물 파손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대해 캔터베리 교회 위원회는 CCTV 설치를 허가하면서도 교인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주일 예배를 포함해 교회 행사가 진행될 때에는 CCTV를 꺼두라고 지시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장례식과 세례 등이 매우 민감할 수 있다”며 “또 기도만을 위해 특별히 지어진 장소에는 카메라가 설치돼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앞서 영국 교회는 ‘CCTV 사용자는 반드시 개개인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해야 한다’는 영국 정부의 CCTV 사용 지침에 따라야 한다.

영국 교회는 100년 넘은 역사적 건물이 많다. 단순한 기물 파손도 자칫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일부 교계 전문가들은 “오히려 문을 계속 개방하는 것이 잠가 두는 것보다 반달리즘(문화유산이나 예술품 등을 파괴하거나 훼손하는 행위)으로부터 교회를 보호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영국교회는 교회를 항상 개방해둘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그래픽=이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