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은 ‘아저씨’ 의사는 ‘선생님’… 초등 교과서의 ‘편견’

입력 2018-02-27 05:05

어린 학생에 직업 편견 소지
장애인 수동적 도움 요청 모습·다문화 학생 주변 인물로 묘사
“중립적 직업 표현 사용해야” 인권 친화적 교과서 기준 제시


초등학교 2학년이 쓰는 통합교과 교과서의 ‘가을’ 권엔 떡집 주인을 ‘아저씨’라고 표현하는 대목이 나온다. 소방관과 미용사 등에게도 아저씨, 아주머니라는 호칭을 붙였다. 반면 의사는 선생님이라고 표현했다. 이처럼 직업별로 다른 표현을 사용하면 편견이나 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17년도 교과서 모니터링 결과를 27일 발표하고 교육공무원과 전문가, 교과서 출판 관계자 등과 함께 인권 친화적 교과서 개발 기준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26일 밝혔다.

인권위는 “교과서에 특정 직업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이 담긴 표현이 많다”면서 “소방관, 의사 등 중립적 직업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합교과 교과서 2학년 ‘봄’ 권은 다문화학생이 태권도를 하는 동양인 친구 모습을 동경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삽화를 실었다. 1학년 ‘가을’ 권에는 휠체어에 탄 장애인 학생이 “바퀴가 잘 움직이지 않는다”며 수동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이 묘사됐다. 인권위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인권침해에 시혜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해결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를 주도한 구정화 경인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는 “이전 교과서에 비해 사회적 소수자를 다루려는 노력이 많이 보이지만 소수자가 주체적 행동을 하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주변부적 인물로 그려지는 모습도 남아 있다”며 “주체적 모습으로 그려주는 게 학생들이 차별이나 편견을 덜 갖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위는 전반적으로는 교과서가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이전보다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완화하고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내용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구 교수는 “교과서를 만들기 전부터 인권위와 여성가족부 등 정부부처가 나서서 집필자나 출판사를 대상으로 사전 설명회를 많이 열었다”며 “인권위는 지속적으로 교과서를 모니터링해 출판사나 교육부가 문제를 개선하도록 유도했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