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근, 직권남용 피의자로 檢 출석

입력 2018-02-27 05:05
부하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를 받고 있는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26일 서울동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의 시발점이 된 안태근 전 검사장이 26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조사단에 출석했다. 서지현 검사가 지난달 26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안 전 검사장으로부터의 성추행 피해와 인사 불이익 의혹을 폭로한 지 꼭 한 달 만이다.

안 전 검사장은 오전 9시44분쯤 조사단 사무실이 있는 서울동부지검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 검사의 폭로 후 그가 공개석상에 나타난 건 이날이 처음이다. 굳은 얼굴로 포토라인에 선 안 전 검사장은 ‘서 검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만 답한 뒤 조사실로 들어갔다.

그는 조사 과정에서 ‘검찰 조직에 누를 끼쳤다. 가족에게 미안하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검사장은 2010년 10월 한 장례식장에서 서 검사를 성추행하고 법무부 검찰국장 재직 때인 2014∼2015년 여주지청에서 근무하던 서 검사에 대해 부당한 사무감사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서 검사는 여주지청에서 계속 근무하길 원했지만 통영지청으로 발령났다.

조사단은 안 전 검사장을 상대로 성추행 사건의 사실관계와 인사 불이익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서 검사의 성추행 피해는 이미 고소기간이 지나 형사처벌이 어렵다.

조사단 관계자는 “검찰 내 제도 개선 등을 위해 (성추행 의혹도) 모두 조사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안 전 검사장의 인사 개입 여부, 부당성 등을 따질 예정”이라고 했다.

조사단은 지난 13일 법무부 검찰국을 압수수색해 서 검사의 인사기록 등을 확보했다. 이어 2015년 안 전 국장 밑에서 인사 실무를 맡았던 이모 부장검사와 신모 검사의 사무실도 압수수색해 서 검사의 인사와 관련 안 전 검사장의 부당한 지시가 있었는지도 확인했다.

조사단은 안 전 검사장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직권남용 혐의 적용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조사단은 또 서 검사 성추행 피해를 은폐한 의혹을 받고 있는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의 소환조사 여부도 곧 결정할 예정이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사진= 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