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은 없지만… 꼭 다시 만나요” 단일팀 이별 ‘눈물바다’

입력 2018-02-27 05:00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북한 선수들(빨간색 외투)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마치고 26일 북한으로 돌아가기에 앞서 이날 오전 강릉올림픽선수촌 웰컴센터 앞에서 환송차 나와 있던 남한 선수들(하얀색 유니폼)과 서로 껴안고 작별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겨레신문 제공

南 선수들 새벽부터 기다려 北 선수 보이자 부둥켜 안아… 손편지·사진 전해주며 “잘 가”
北 김주식 “뜨거운 성원 감사” 응원단도 함께 CIQ 거쳐 돌아가

“우리 다음에 꼭 다시 만나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아쉬움 가득한 이별의 순간을 맞이했다. 북한 선수단 환송식이 열린 26일 강원도 강릉선수촌 웰컴센터 앞은 울음바다가 됐다. 한국 선수단은 새벽같이 숙소에서 나와 북한 선수단을 기다렸다. 북한 선수들 출발시간이 오전 5시30분에서 7시30분으로 늦춰졌다는 사실을 몰랐지만 마지막 인사를 건네기 위해 자리를 지켰다.

북한 선수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남북 선수들은 서로 부둥켜안은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일부 북한 선수들은 헤어짐이 못내 아쉬웠는지 버스에 올라탄 뒤에도 창문 사이로 손을 내밀었다. 그 모습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던 세라 머리 단일팀 총감독도 울었다.

한국 선수들은 북한 선수들을 위해 이별 선물을 준비했다. 숙소에서 미리 작성한 손편지나 평창올림픽 기간 함께 찍은 사진을 인화해 북한 선수 12명에게 건넸다.

단일팀 주장이자 개회식 때 북한 정수현과 함께 나란히 성화 주자로 나선 박종아의 아쉬움은 더 컸다. 박종아는 “한 팀으로 운동을 하고 얘기도 많이 하다보니 헤어질 때 많이 아쉬웠다. 처음 단일팀을 시작할 때는 이렇게 정이 들 줄 몰랐다”고 했다. 이어 “기약은 저희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북한 선수들과 ‘꼭 다시 만나자’는 얘기만 주고받았다”며 “북한 선수들이 버스에서 창문을 열 때 마지막으로 본다는 생각에 정말 아쉬웠다. 오늘 아침이 올림픽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5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단일팀이 결성된 이후 한 달 만의 이별이었다. 단일팀은 평창올림픽에서 5전 전패로 최하위에 그쳤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하나로 뭉쳐 투혼을 보여줬고, 전 세계에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던져 큰 감동을 선사했다.

평창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 등 299명은 강릉선수촌·인제스피디움을 출발한 뒤 이날 낮 12시30분쯤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거쳐 북한으로 돌아갔다.

북한 한성원 보장성원(지원인력)은 CIQ에서 “이번 올림픽을 정말 잊지 못하겠다”며 “우리가 하나란 걸 실감했다. 이런 기회가 자주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염대옥과 함께 피겨스케이팅 페어에 출전한 김주식은 “뜨거운 성원 고맙습니다”라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한 북한 응원단원은 “북과 남의 선수들이 서로 힘을 합쳐 경기에서 땀 흘리고 열정으로 합치고 공동응원을 나눈 게 제일 뜻 깊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강릉=박구인 기자, 도라산=공동취재단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