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인수 ‘승부사’ 박정호, 이번엔 암호통신 ‘IDQ' 인수

입력 2018-02-27 05:00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왼쪽)이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IDQ 인수 계약을 체결한 뒤 그레고아 리보디 IDQ 최고경영자(CEO)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바르셀로나=최종학 선임기자
안전성이 핵심 경쟁력 판단, 세계 1위 양자암호통신 기업 IDQ 700억에 인수 계약 체결
2025년 26조9000억 규모로 성장 할 글로벌 시장 정조준… “가장 안전한 통신망 제공”

SK그룹의 하이닉스 인수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승부사’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최첨단 보안기술로 새로운 승부수를 띄웠다. 5G 시대 통신망 운용의 핵심 경쟁력은 안전성에서 나온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SK텔레콤은 스위스에 본사를 둔 양자암호통신 세계 1위 기업 아이디큐(IDQ)를 인수한다고 26일 밝혔다. 양사 최고경영자(CEO)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8이 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700억원을 투입해 IDQ 주식을 50% 이상 취득하고 1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양자암호통신은 물리량의 최소 단위인 양자의 특성을 이용한 통신기술로 도청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현존하는 최고의 통신 보안기술로 꼽힌다.

2001년 설립된 IDQ는 양자암호통신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업체로 평가받는다. 각국 기업, 정부, 교육기관과 폭넓은 파트너십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북미, 유럽 내에서 통신사와 전송장비업체, 항공우주국 등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SK텔레콤도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2011년 양자기술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양자암호통신 기술개발에 공을 들여왔다. MWC에서도 SK텔레콤은 양자암호통신 기술력을 강조했다. 전시 부스에서 양자암호 기술을 소개하고 세계에서 가장 작은 크기(5×5㎜)의 양자암호통신 관련 칩을 IDQ와 공동 전시했다. 박 사장은 “5G 시대에는 안전이 통신의 새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며 “SK텔레콤 고객에게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5G 통신망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은 IDQ 인수를 계기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시장조사기관 마켓리서치미디어에 따르면 세계 양자정보통신 시장은 2025년 26조9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 강대국들은 정부 차원에서 투자에 나서는 양상이다.

업계는 그간 SK그룹의 굵직한 인수·합병(M&A)에 참여했던 박 사장의 이번 선택에 주목하고 있다. 박 사장은 2000년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에 기여했고, 2012년에는 하이닉스 인수의 실무작업을 이끌었다. 특히 SK텔레콤이 2011년 인수를 추진할 당시 하이닉스는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에 인수를 반대하는 의견이 그룹 내에서 많았다. 하지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력하게 인수를 추진했고 박 사장이 내부 반대 의견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흑자 전환한 뒤 성장을 거듭했고 지난해에는 매출 30조1094억원, 영업이익 13조7213억원을 올려 SK그룹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바르셀로나=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