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명성교회(김홍선 목사)는 1954년 설립됐다. 시 전체에서 두 번째, 고잔동에서는 처음 세워진 교회다. 그러나 오랜 기간 지역 내에서 별다른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목회자의 잦은 변동과 교회 안에 분열과 갈등이 상존해 왔기 때문이다.
2001년 부임한 김홍선 목사가 20대 담임이니 김 목사 부임 전만 하더라도 평균 2∼3년꼴로 담임목사가 바뀐 셈이다. 김 목사 부임 당시에는 전임 목회자와 관련된 문제로 교회 내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었다. 이로 인한 성도들의 상처 또한 깊었다. 교회 내부가 시끄럽다 보니 주변을 돌볼 여력이 없었다. 자연스레 지역에서는 고립될 수밖에 없었고, 성장은 멈춰있었다. 당시 안산지역 목회자들 사이에서 “명성교회 때문에 전도가 안 된다”는 말이 흘러나올 정도로 교회 이미지는 바닥을 치고 있었다.
상황을 직시한 김 목사는 2004년을 희년으로 선포하고 도약을 다짐했다. 우선 교회 안에 응축돼 있는 부정적 에너지를 희석해야 했다. 이를 위해 교회 밖으로 돌려 섬김과 나눔을 실천하기로 했다.
하지만 무턱대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섬기고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해야 했다. 연중 두 차례 특별새벽기도회를 실시하며 하나님과 성도, 성도와 성도 간 영적으로 교제하는 데 힘썼다. 또 교회 안에 제자대학을 설립해 교회론과 구원론을 가르쳤다. 성도 개개인이 세상에 흩어져 교회 역할을 감당해야 함을 가르쳤다. 아울러 나눔과 섬김은 교회가 존재하는 중요한 이유임을 알렸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은 자신의 목숨까지 내어주는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음을 강조했다. 크리스천에게 나눔은 피할 수 없는 의무라는 것을 각인시켰다. 그 외에도 예배 설교와 성경공부 시간에도 목회철학과 비전을 공유하기 위한 메시지를 전했다.
섬김과 나눔을 실천하는 데도 천천히 단계를 밟아갔다. 시작은 떡국잔치였다. 토요일에 지역 어르신 20∼30명을 초청해 단순히 떡국을 나눠 주는 것이었지만 당시 성도들은 처음 하는 섬김에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보람을 느끼는 성도들이 늘면서 나눔과 섬김 사역은 탄력을 받아갔다. 떡국잔치를 통해 노인을 섬기는 마음이 성도들에게 장착되자 ‘샬롬효도원’ 창설로 이어졌다. 샬롬효도원은 명성교회의 대표 사역 가운데 하나로 매주 토요일 지역 노인을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고, 볼거리와 놀거리를 제공한다. 말 그대로 ‘효도’를 목적으로 한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졌다. 이는 안산시가 명성교회에 노인복지관 위탁운영을 맡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성도 1인당 1000원씩 계좌를 개설하도록 하고, 꾸준히 모인 기금으로 지역 내 어려운 이들의 자녀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성도들이 최소한의 역량을 감당하면서 보람을 경험하게 했다.
현재 명성교회는 세 가지 형태의 사회복지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먼저 샬롬효도원과 함께 교회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다솔도서관,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두 번째는 위탁운영시설로 단원구 노인복지관, 선부종합사회복지관, 군자어린이집, 꾸러기마을지역아동센터, 선부복지관지역아동센터 등이다. 마지막은 협력운영시설로 협동조합 ‘굿 빌리지’와 카페 ‘아름다운 등불’ 등이 있다.
명성교회는 단원고와 지근거리에 있다. ‘담장을 같이 쓴다’고 할 정도로 가깝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동네 주민의 자녀 가운데 107명이 사망했다. 성도들의 자녀도 있었다. 명성교회는 재난을 당한 지역사회를 치유하고 회복시키는 일을 당면과제로 인식했다.
참사 발생 5개월이 지났을 때 교육관 내부에 세월호 유가족을 위한 회복 공간인 ‘0416 쉼과 힘’을 개설했다. 교회 자체적으로 전문 인력 3명을 채용했고, 연세대 상담코칭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유가족 상담을 전문적으로 지원했다. 0416 쉼과 힘에서는 주민과 유가족을 잇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공방을 운영하고 있고 주민들의 문화 복지를 위한 ‘가족오케스트라’, 동아리 활동 등을 지원하고 있다.
교회 교육관 4층 외부 테라스에는 ‘온유의 뜰’이라는 이름의 작은 공원이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숨진 단원고 학생들을 추모할 수 있는 곳이다. 온유라는 명칭은 참사 때 희생된 성도의 딸(양온유 양)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온유의 뜰에 서면 단원고가 한눈에 보인다.
지역사회와 호흡하는 가운데 성장은 자연스럽게 찾아왔다. 김 목사 부임 이후 직접적인 전도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교회 이미지가 바뀌면서 100명 미만이던 성도 수가 주일 출석 장년 성도 400명, 교회학교 학생은 150명으로 불었다.
명성교회는 최근 한국기독교교육학회에서 발간한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교육목회’에서 섬김목회 사례로 소개됐다. 이윤희 목원대 교수는 “신학자 본회퍼의 표현처럼 교회는 섬김의 본을 보인 예수를 따라 타자를 위한 교회일 때 비로소 존재 목적이 성립된다”며 “안산 명성교회가 세상과 하나님 나라를 잇는 교회가 되길 소망한다”고 응원했다.
안산=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효도 잘하는 교회” 주민들 입소문… 지역 사회 나눔·섬김 상징으로
입력 2018-02-27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