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전정린, 2인승 출전 포기… 평창 슬라이딩센터 트랙 익히려 원윤종 등과 '원 팀'돼 집중 훈련
"상상했던 일 결과로 나와 감격"
평창올림픽에 앞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작한 ‘올림픽 성적 및 기대선수 현황’ 자료에는 봅슬레이 남자 2인승이 금메달로, 남자 4인승은 ‘메달권’으로 표기돼 있다. 원윤종 서영우로 구성된 2인승은 월드컵 대회에서 여러 차례 메달을 땄고 한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세계랭킹 1위를 기록했었다. 반면 좀체 ‘톱10’에 진입하지 못했던 4인승은 2인승의 그늘에 가린 처지였다.
이런 4인승 대표팀(원윤종·전정린·서영우·김동현)은 2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봅슬레이 4인승 경기에서 1∼4차 시기 합산 3분16초38로 최종 2위에 올랐다. 니코 발터가 이끄는 독일 팀과 기록이 같아 은메달을 공동으로 목에 걸었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에서도 사상 최고 성적이다.
파일럿 원윤종은 은메달이 확정된 직후 “상상하던 일이 결과로 이어졌다”며 감격했다. 4인승의 돌풍은 애초 예고된 반란이었다. 이용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총감독은 지난달 24일 평창올림픽 선수단 결단식 기자회견에서 “왜 아무도 4인승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느냐”며 “2인승보다 4인승 결과가 더 좋을 수 있다”고 말했었다.
원윤종은 “우리가 모두 하나의 팀이 돼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원윤종은 헬멧에 태극 문양과 태극기의 4괘 중 ‘건’, 브레이크맨 서영우는 ‘곤’, 전정린은 ‘감’, 김동현은 ‘리’를 새겼다. 원윤종은 “후원해주시는 많은 분이 있었다”며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봅슬레이 대표팀의 이번 평창올림픽 유니폼은 붉은색이었는데, ‘불모지에 불을 붙여 보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4인이 모여 비로소 하나가 되는 경기 복장처럼, 선수들은 팀을 우선시했다. 푸시맨 김동현과 전정린은 2인승 출전권을 포기하고 4인승에 모든 것을 걸었다. 김동현은 “개인 욕심은 중요하지 않았다. 2인승보다 4인승 성적이 좋을 것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전정린은 “포기가 아닌 선택과 집중”이라고 설명했다.
봅슬레이 4인승 은메달은 부상과 장애를 극복한 메달이기도 하다. 김동현은 청각장애를 극복하고 올림픽 ‘삼수’ 끝에 메달을 따냈다. 2007년 오른쪽 귀에, 2010년 왼쪽 귀에 인공 달팽이관 이식수술을 받은 김동현은 평소 “모든 장애인의 희망이 되고 싶다”고 말해 왔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는 의미의 영문 성경 구절(빌립보서)을 본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했다.
이경원 기자 평창=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선택과 집중… ‘봅슬레이 4인승’ 통했던 비결
입력 2018-02-2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