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5일 강원도 평창에서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면담 사실을 면담 이후 공개했다. 면담 사진 또는 영상도 공개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대통령과 주요 인사 면담이 있을 경우 기자들의 영상 취재 등을 허용해 왔다. 기자들 출입이 곤란할 경우 청와대가 직접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제공해 왔으나 이번에는 그런 관례도 지켜지지 않았다.
김영철이 천안함 폭침의 배후 인물로, 야권의 강력 반발과 비판적인 여론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김영철 방남 직후부터 문 대통령과 김영철의 면담 일정 및 장소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일정이 사전에 전혀 조율되지 않았고, 정상급 대표단도 아니다”며 “면담 내용을 사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확정되지 않았다”는 언급만 반복했다. 지극히 조심스럽게 대응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김영철이 오후 5시부터 1시간 동안 평창에서 면담한 뒤인 오후 6시30분이 돼서야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사전에 면담 일정을 공개할 경우 논란을 부추길 수 있고, 청와대가 아닌 외부 면담 일정이 사전에 알려질 경우 시위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문 대통령과 김영철이 직접 만나 악수하는 영상 또는 사진이 나올 경우 여론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청와대 참모진의 판단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의 ‘신중한 조치’들은 지난 10일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청와대 방문 때와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청와대는 당시 김여정 일행의 청와대 방문 및 문 대통령과의 오찬 일정을 이틀 전인 8일 공개했다. 당일 기자들의 청와대 내부 취재도 허용했다. 청와대 직원들이 촬영한 사진과 영상도 신속하게 공개됐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김영철 방남 반감 우려에… 꽁꽁 싸맨 靑
입력 2018-02-25 2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