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생순’처럼 은메달 따기까지… ‘팀킴’의 결정적 장면 5선

입력 2018-02-26 05:05 수정 2018-02-26 17:32

미국전 5엔드, 절묘한 샷으로 4득점 챙기면서 역전
加전 5엔드, 우리 스톤 모두 지키며 더블 테이크아웃
스위스전 4엔드, 하우스 내 스톤 배열 영리하게 활용
덴마크전 7엔드, 김경애가 기권 이끌어낸 결승샷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수많은 명장면을 연출했다. 경기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 끝내 묘수를 찾아 상대방 스톤을 하우스 밖으로 밀어내는 쾌감을 선사했다. 예선 라운드에서 세계 5위권 상위팀들을 잇따라 격파했고, 준결승에서 연장 승부 끝에 일본을 눌렀다. 2004년 아테네 하계올림픽에서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준우승을 거두는 과정을 그린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처럼 감동 드라마가 얼음 시트 위에 펼쳐졌다. 한국 컬링의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일군 ‘미러클 샷’ 5개를 모았다.

장면 1.

한국은 21일 예선 9차전에서 덴마크와 만났다. 6대 3으로 앞선 채 시작한 7엔드에서 서드 김경애가 던진 ①번 스톤은 하우스 전방에 일직선으로 놓인 덴마크 스톤 2개를 모두 밖으로 밀어냈다. 앞에 있던 ②번 스톤은 ③번 스톤을 치고 하우스 오른쪽 밖으로 나갔다. ③번 스톤은 뒤로 미끄러져 백라인 밖으로 벗어났다. 한국은 3점을 뽑으며 7엔드를 9대 3으로 마무리했다. 덴마크는 다음 엔드를 포기하고 기권했다.

장면 2.

한국은 스위스를 7대 5로 제압한 예선 3차전(2월 16일)에서 상대방 스톤을 활용해 영리한 ‘더블 테이크아웃’을 보여줬다. 2대 2로 팽팽하던 4엔드. 한국의 스킵 김은정이 마지막으로 던진 ①번 스톤은 스위스의 가드 스톤을 아슬아슬하게 지나친 뒤 하우스 전방에 있던 ②번 스톤을 때렸다. ②번 스톤은 바로 뒤에 있던 한국의 ③번 스톤을 때려 정중앙으로 보낸 뒤, 자신은 하우스 왼쪽 후방으로 흘렀다. 이 과정에서 ③번 스톤은 스위스의 ④번 스톤을 때려 하우스 밖으로 내보냈다. 한국이 어려운 샷으로 1득점한 이 엔드는 이날 경기의 승부처였다.

장면 3.

세계랭킹 1위라고 주눅 들지 않았다. 스킵 김은정의 대담함은 캐나다와의 예선 첫 경기(2월 15일)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2대 1로 앞선 5엔드에서 한국 스톤 3개, 캐나다 스톤 4개가 하우스 안에 몰려 있었다. 김은정은 마지막으로 ①번 스톤을 던졌다. 이 스톤은 하우스 안에 있던 한국의 ②번 스톤으로 향했다. 이때부터 ‘묘기’가 연출됐다. ②번 스톤은 캐나다의 ③번 스톤을 직격해 하우스 밖으로 내보낸 뒤 방향을 틀었고, 정중앙에 밀착한 캐나다의 ④번 스톤까지 쳐냈다. ②번 스톤이 마지막으로 멈춘 곳은 하우스 정중앙. 캐나다 스톤 2개를 내보내는 동안 한국의 스톤은 단 하나도 하우스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장면 4.

한국 여자 대표팀은 20일 미국과의 예선 7차전에서 9대 6으로 역전승했다. 2대 3으로 뒤진 5엔드에서 대량 득점하며 승부를 뒤집었다. 5엔드 때 하우스 안에 있는 한국 스톤 4개가 정중앙에 걸친 미국의 ④번 스톤을 보호하는 형태로 놓인 복잡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때 김은정은 다른 곳을 바라봤다. 하우스 왼쪽 전방에 있는 ②번 스톤을 향해 ①번 스톤을 투구하는 강수를 뒀다. ②번 스톤은 한국의 ③번 스톤을 때렸고, 나란히 붙어 있던 미국의 ④번 스톤만 밖으로 쳐냈다. 이 샷으로 한국은 4점을 뽑았다.

장면 5.

예선 라운드에서 유일하게 패배를 안긴 일본은 쉽지 않은 상대였다. 23일 열린 준결승에서 두 팀은 연장 11엔드까지 7-7로 팽팽히 맞섰다. 하우스 정중앙에 가장 다가간 스톤은 일본의 스톤이었다. 김은정의 마지막 투구에 모든 게 달려 있었다. 김은정이 던진 ①번 스톤은 다소 힘이 약한 듯 보였다. 김선영과 김경애는 브룸으로 빙판을 쉴 새 없이 문질러 ①번 스톤을 목표점에 안착시켰다. 상당한 부담감을 이겨낸 김은정의 투구,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은 김선영 김경애의 투혼이 만들어낸 ‘위닝 샷’이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