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Too)’ 운동이 사회 각계로 확산하면서 연대 움직임도 활기를 띠고 있다. 관객들이 문화·예술계 성폭력 피해자들의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고 가해자들의 사죄와 처벌을 촉구했다. 개강을 앞둔 대학가도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한 집단행동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연극·뮤지컬 관객 400여명은 25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연극계 성폭력에 반대하고 미투 참여 피해자들을 지지하는 연극·뮤지컬 관객 ‘위드유(#With_You)’ 집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관객은 성범죄자의 공연을 원치 않는다’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폭로를 지지합니다’ ‘공연계 성폭력 OUT’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집회에 참여했다.
자신을 연극 전공자라 밝힌 한 참가자는 확성기를 잡고 “(연극계 내에) 성범죄 기운을 느꼈지만 이를 감내해야 예술인이 될 수 있다고 스스로 위로했다”며 “누구나 겪는 일인데 ‘내가 유난 떠는 것이다’며 눈을 감았다”고 고백했다.
집회에는 연극계 관계자뿐만 아니라 학생, 회사원 등 여러 시민들이 참여해 목소리를 냈다. 이윤정(51·여)씨는 “연극을 자주 안 보지만 이윤택씨 사건을 보고 분노해 나왔다”고 했다. 대학생 조모(23·여)씨는 “한 사람이라도 더 나와야 여론에 힘을 실을 수 있다 생각해 나왔다”며 “가해자들이 처벌을 받기 바란다”고 말했다.
연극 관계자들도 시위에 나왔다. 연극계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배우, 연출, 작가 일을 하고 있다고 밝힌 외국인 A씨(41)는 “모든 배우와 스태프는 자신이 일하는 곳에서 안전하다고 느낄 권리가 있다”고 집회 참석 이유를 밝혔다. 연희단거리패와 작품을 한 적이 있다고 말한 이모(40)씨는 “연극계를 더 열악하게 만드는 것은 ‘원래 이런 곳’이라는 생각”이라며 “이제 이를 뿌리 뽑을 때”라고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예술가는 무대 위로, 범죄자는 깜빵으로’ ‘성폭력은 실수가 아니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집회에 열기를 더했다.
개강을 앞둔 대학가도 조직적으로 미투 운동에 동참할 모양새다. 각 대학 온라인 익명 게시판에서 개별적으로 폭로하는 것을 넘어 학생회 또는 동아리 차원에서의 행동도 예고됐다.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등 대학 페미니즘 동아리는 다음 달 8일 유엔이 지정한 ‘세계 여성의 날’에 서울 신촌에서 공동집회를 열고 미투 운동을 비롯해 성 관련 이슈에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이화여대 학보사는 ‘미투 운동’ 제보를 받는 중이며 개강 후 지면에 미투 시리즈를 게재할 예정이다. 단국대 총학생회는 성추행 문제로 2016년 직위해제된 교수의 재임용에 반대하는 공문을 학교 측에 보냈다.
손재호 강경루 황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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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 미투 지지” 관객이 나섰다… 400명 ‘위드유’ 집회
입력 2018-02-26 05:00 수정 2018-02-26 1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