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비서실장 양징 전격 해임… 李 총리 패싱·공청단 압박 포석
재계 거물 샤오젠화와 연루된 모든 정치세력에 경고 분석도
태자당 진영도 초긴장 모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장기집권의 걸림돌인 ‘국가주석 연임 제한’ 규정을 삭제키로 하면서 명실상부한 ‘시진핑 1인 체제’ 서막이 올랐다. 시 주석은 그동안 ‘부패와의 전쟁’을 통해 정적들을 제거한 뒤 오랜 전통을 깨고 지난해 10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후계자도 지정하지 않았다. 이어 장기집권을 위한 개헌까지 목전에 뒀다. 사실상 ‘영구집권’ 시나리오가 완성돼 가는 모양새다.
다음 달 5일부터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현재 제안된 중국 헌법 수정안이 통과되면 시 주석의 위상은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반열에 오르고 장기집권할 토대도 구축된다. 시 주석이 맡고 있는 공산당 총서기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은 임기 제한이 없어 시 주석이 2022년 이후에도 당·군·정의 최고권력자로 군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게다가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공직자들의 헌법선서문에 시 주석이 내세운 ‘강국몽(强國夢)’을 추가키로 한 것도 그의 위상 강화를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시 주석의 친정체제 구축도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시 주석의 경제책사인 류허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이 경제담당 부총리 겸 인민은행장으로 발탁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가 재경부처 장관급 6명으로 경제팀을 꾸려 경제·금융·재정을 총괄할 것이란 얘기도 설득력 있게 나돈다. 이 경우 2인자 리커창 총리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총리로 전락하게 된다. 이른바 ‘리커창 패싱(무시)’이다. 여기에 시 주석의 최측근인 왕치산 전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까지 예상대로 국가부주석으로 복귀하면 ‘1인 독주 체제’ 시나리오는 완성된다.
사정 칼바람도 거세게 불고 있다. 금융계 ‘큰손’이던 안방보험그룹의 우샤오후이 전 회장이 지난 23일 경제범죄로 기소된 데 이어 24일에는 기업비리에 연루된 부총리급 양징(사진) 국무원 비서장 겸 국무위원이 낙마했다. 이들의 비위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열흘 정도 앞두고 연이어 공개됐다. 이는 시 주석이 1인 친정체제 구축에 앞서 각계의 반발을 막기 위한 사전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몽골족인 양징은 2013년부터 당 중앙서기처 서기 겸 국무원 비서장을 맡아 리 총리의 비서 역할을 했다. 따라서 양징에 대한 처벌은 리 총리 세력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을 압박하기 위한 차원일 수 있다.
특히 양징이 연루됐다는 기업비리는 지난해 실종된 재벌 샤오젠화 밍톈그룹 회장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가 25일 보도했다.
100여개 상장기업의 주식을 보유했던 재계 거물 샤오젠화는 지난해 초 홍콩에서 연행된 뒤 공개석상에서 종적을 감췄다. 샤오젠화는 시 주석 친누나 시차오차오의 자산을 관리해주기도 했고, 쩡칭훙 전 국가부주석과도 가깝다고 한다. 따라서 샤오젠화가 고위층과의 ‘검은 거래’를 털어놨다면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우샤오후이에 대한 사법처리는 태자당(혁명원로 가족 그룹) 세력을 긴장시키고 있다. 덩샤오핑의 외손녀 덩줘루이의 남편인 우샤오후이는 훙얼다이(혁명원로의 2세)의 ‘관시(關係)’를 이용해 사업을 확장해 왔다. 신중국 개국원수(開國元帥) 중 한 명인 천이 전 부총리의 아들 천샤오루와 주룽지 전 총리의 아들 주윈라이도 연루됐다는 의혹이 있다. 따라서 양징과 우샤오후이 사건을 지금 공개한 것은 태자당이든 공청단이든 누구도 시 주석의 권력에 맞서지 말라는 뜻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시진핑 영구집권 완성 단계… 마오쩌둥·덩샤오핑 반열
입력 2018-02-2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