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내 실사 돌입 속도전… 본사 고금리대출 여부 쟁점
산은에 빌린 돈 없어 쓸 수 있는 카드 마땅찮아
전기차 생산 요구 등 전략 필요
문재인정부가 한국GM 처리 문제를 놓고 기업 구조조정 문제의 첫 시험대에 오른다. 산업은행은 이르면 이번 주 한국GM에 대한 실사를 본격 시작한다.
앞서 2009∼2010년 진행된 산은과 미국 GM본사 간 줄다리기를 돌이켜 볼 때 이번 협상도 장기전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 생산물량 배정 등 물러설 수 없는 조건을 미리 설정해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GM 노조의 양보도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25일 산은 등에 따르면 이번 실사는 최대 2∼3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최대한 기간을 줄일 계획이지만 실사 범위 등을 두고 충돌할 수 있다. GM이 한국GM에 고금리 대출을 해줬는지 등이 쟁점인데 그간 GM은 자료 제출을 거부해 왔다.
전문가들은 GM에 끌려다녀선 안 된다고 조언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GM은 산은에서 빌린 돈이 없어 산은이 쓸 카드가 마땅치 않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앞서 세계 각국에서 사업을 벌여온 GM을 “아홉수 앞을 보는 고단수”로 표현했다.
산은과 GM의 줄다리기는 2009년 6월 GM본사 파산 때도 불거졌었다. 당시에도 GM은 GM대우(한국GM 전신)에 대한 지원을 요구했고, 산은은 장기 생산물량 보장 등이 필요하다고 충돌했었다. 산은은 2010년 6월 GM 측의 민유성 당시 산업은행장과의 면담 요청을 거절하는 등 신경전을 벌였다. 1개월 단위로 GM의 1조원대 대출금 만기를 연장해가며 압박했었다.
결국 2010년 12월 산은과 GM은 협상을 마치고 장기 발전을 위한 기본합의서를 발표한다. 민 전 행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합의를 두고 “서로 ‘윈-윈’이었다”고 회고했지만 일각에선 아쉬움이 남는 합의였다고 본다. 한국 공장에 장기 생산물량 보장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GM이 철수해도 한국GM이 자체 개발한 기술은 일정 기간 사용할 수 있도록 했었지만, 소형차 기술만 남아있는 현재로선 별 이득이 없다. 당시 GM이 협상 타결 직전 1조원대 대출금 상환 결정을 내리면서 산은의 협상력이 떨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재 GM이 한국 시장에서 전면 철수하려면 3∼4년이 걸리는 만큼 정부가 성급하게 끌려다닐 필요는 없다고 주문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정치 논리로 지원 등을 결정하고, 과정만 실사나 협상 절차를 진행하는 식은 절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10년 동안은 공장을 유지하는 등 협상 조항이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결정될 한국GM에 대한 GM의 신차 배정 여부도 변수다. GM은 통상 3월 초 글로벌 사업장에 어떤 차종을 얼마나 생산할지 배정 계획을 확정한다. 한국GM은 신차를 반드시 배정받아야 한다. GM은 인건비 등 비용 절감 수준을 보고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인데 비용 절감의 핵심 부분인 임단협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김필수 교수는 “신차 물량 배정은 기본이고, 국내 공장에서의 전기차 생산 요구, 기한 없는 비토권 행사 권리 등을 요구할 수 있다”며 “노조도 한 걸음 양보하고 공을 GM에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나성원 박세환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GM은 아홉수 내다보는 고단수”… 협상 장기전으로 가나
입력 2018-02-26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