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의 방남 저지에… 김영철, 군사교량 통해 서울로

입력 2018-02-25 18:35
북한 고위급 대표단에 포함된 김성혜 노동당 통일전선부 통전책략실장이 25일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이동하고 있다. 김 실장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남측을 방문했을 때도 수행했다. 오른쪽은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 부국장. 최 부국장은 북·미 대화 창구로 알려져 있다. 파주=사진공동취재단

김영철 방남 첫날, 우회로 입경 등 순탄찮아

한국당 의원·보수단체 회원
통일대교 막고 밤샘 농성
경찰과 몸싸움 벌어지기도

홍준표 “개구멍으로 왔지만
쉽게 가도록 놔두지 않을 것”
野 “군사시설물 노출” 비판도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남 첫날은 순탄치 못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보수단체 회원들이 ‘천안함 폭침 주범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첫 길목인 통일대교를 막고 전날부터 밤샘 농성을 벌였다. 김영철 일행은 통일대교가 아니라 그 옆에 설치된 군사용 교량으로 우회해 서울로 들어가야 했다. 김영철도 자신의 방남을 둘러싼 논란을 아는 듯 하루 종일 굳은 표정이었다.

김영철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 8명은 25일 오전 10시11분쯤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 로비에 모습을 드러냈다. 양복 위에 검은색 모직코트를 덧입었다. 김영철은 2015년 말까지 상장(별 세 개) 또는 대장(별 네 개) 계급장을 단 군복 차림으로 등장했으나 2016년 초 통일전선부장 직책을 맡은 이후에는 주로 인민복을 입었다. 함께 방남한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과 김성혜 노동당 통일전선부 통전책략실장,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 등도 김영철처럼 양복과 코트 차림이었다. 김영철 일행은 우리 측이 제공한 고급 승용차와 버스를 타고 오전 10시15분쯤 CIQ를 빠져나왔다.

김영철 일행은 통일대교 대신 군사용 교량인 전진교를 타고 임진강을 건넜다. 한국당 의원들이 김영철을 육탄 저지하겠다며 통일대교 남단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김성태 원내대표와 김무성 주광덕 함진규 장제원 전희경 의원은 24일 오후 6시30분부터 약 16시간 동안 연좌 농성을 벌였다. 이튿날인 25일 오전 8시40분쯤에는 홍준표 대표가 한국당 의원 90여명과 지지자 수백명을 이끌고 나타났다. 통일대교 남단은 한국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이 타고 온 차량과 경찰버스로 뒤엉켜 꽉 막혔다. 지지자들과 경찰 간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김영철을 ‘살인마’ ‘전범’ ‘철천지원수’로 규정했다. 김영철 방남을 수용한 우리 정부를 향해서는 “반역행위를 했다”고 비난했다.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은 인공기를 불태웠다.

전진교를 건넌 김영철 일행은 372번 지방도를 경유해 숙소인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로 이동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한국당 의원과 지지자들은 오전 11시15분쯤 농성을 풀었다. 홍 대표는 “김영철이가 개구멍으로 들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영철이 워커힐로 가고 있는 것 같은데 워커힐도 조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당원과 시민들이 김영철을 그리 쉽게 가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철은 호텔에서 오찬을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위해 KTX를 타고 평창으로 이동했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김영철 일행의 신변안전을 위해 숙소와 동선을 삼엄하게 경비했다.

전진교는 민간인통제구역 안에 설치된 교량으로, 육군 1사단 전진부대가 관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 군부 인사인 김영철에게 우리 군사 시설물을 노출했다는 비판이 야권에서 제기됐다. 군 관계자는 “전진교는 당초 군사용으로 세워진 것은 맞는다”면서도 “지금은 농사를 짓는 주민들도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철 일행이 이용한 372번 지방도가 군사도로라는 주장도 있었으나 군 당국은 “372번 지방도는 일반도로로, 군사도로나 전술도로가 아니다”고 말했다.

조성은 이종선 김경택 기자, 도라산=공동취재단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