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피리어드서 3대 2 역전→ 동점… 연장 혈투까지 벌였지만 패배 저력 막강한 OAR 우승 일궈
한국 컬링에 ‘팀 킴’이 있었다면 하키에는 ‘빙상 전차군단’이 있었다. 아이스하키 세계랭킹 8위 독일이 25일 강원도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결승전에서 러시아출신올림픽선수(OAR)에게 3대 4로 패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 최고의 돌풍 팀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세계랭킹 2위 OAR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세계 아이스하키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독일의 결승 진출은 이번 대회 최고의 이변으로 꼽힌다. 독일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1976 인스부르크 동계올림픽 동메달을 마지막으로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는 본선에도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23일 열린 남자 아이스하키 준결승에서 랭킹 1위 캐나다를 4대 3으로 누르고 결승에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독일 외무부는 SNS에서 “독일이 만약 축구에서 캐나다한테 졌다면 기분이 어떨지 상상해보라”며 예상치못한 결승 진출을 자축했다.
결승전 상대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소속 선수들이 모두 빠진 가운데 세계 2위 리그 러시아아이스하키리그(KHL) 선수들로 구성, 실질적 올림픽 최강팀이 된 OAR. 0대 0의 균형은 1피리어드 종료 0.5초를 남기고 깨졌다. OAR의 뱌체슬라프 보이노프가 강력한 슈팅으로 독일의 골망을 흔들었다. 독일은 2피리어드에서 반격을 시작, 동점을 만들었다.
이날의 백미는 3피리어드. OAR의 니키타 부세프가 친 퍽이 독일 골리의 헬멧에 맞고 골대로 들어가며 2대 1로 리드를 잡았다. 이후 독일이 연속 득점하면서 3대 2로 역전했다. 하지만 OAR의 저력은 엄청났다. 불과 종료를 55초 남은 상황에서 부세프가 퍽 다툼 중 흘러나온 퍽을 온몸을 던져 슈팅하며 동점골을 터뜨렸다.
눈앞에서 승리를 놓친 독일은 연장전에서 체력이 고갈된 모습을 보이며 OAR의 키릴 카프리조프에게 결승골을 내주고 패했다. 하지만 많은 하키팬들이 독일의 믿을 수 없는 선전에 박수를 보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빙상 전차군단의 반란, OAR 앞에서 멈췄다
입력 2018-02-25 2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