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세 때 첫 인연…성경책 선물 받아
새삶 시작… 10년 후 주지사 당선
“내가 39세 때 빌리 그레이엄 목사를 처음 만나 깊은 감명을 받고 술을 끊었다. 그는 내 인생을 바꿔 놓았다.”
조지 W 부시(72·사진) 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발행된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문을 싣고 “그레이엄 목사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전도자였을 뿐 아니라 내 인생을 바꿔놓은 분”이라고 회고했다.
부시가 그레이엄 목사를 처음 만난 건 1985년 메인주 케넨벙크포트에 있는 자신의 할머니 집에서였다. 젊은 부시는 목사와 산책을 하면서 성경과 신앙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목사는 부시에게 “우리가 모두 죄인이지만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며 “우리가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것은 우리의 선행이 아닌 하나님의 은혜를 통해서다”고 말했다. 부시는 그레이엄 목사의 설명이 심오하다고 느꼈지만 그의 얘기를 충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고 술회했다.
이후 텍사스로 돌아온 부시에게 목사로부터 선물이 날아왔다. 성경이었다. 그레이엄 목사는 빌립보서 1장 6절을 추천했다. “너희 속에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이루실 줄을 우리가 확신하노라.”
그레이엄 목사의 가르침을 받으며 진정한 신앙의 걸음마를 뗐다는 부시는 여러 차례 실패한 금주를 실천하는 데 성공했다. 달라진 부시는 그레이엄 목사를 만난 지 10년 만에 텍사스 주지사가 됐다. 부시는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뒤 9·11테러를 당하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예배 인도를 그레이엄 목사에게 부탁했다. 충격과 분노, 불확실성에 사로잡힌 미국인들을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은 그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날 그레이엄 목사의 운구 행렬이 노스캐롤라이나 애슈빌을 지나자 연도에 늘어선 미국 시민들은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촬영하거나 손을 흔들며 그를 떠나보내는 아쉬움을 달랬다. 시신 안치에 사용된 관은 2006년 루이지애나 교소도에서 복역 중인 재소자들이 목사를 위해 만든 것이라고 유족은 밝혔다. 목사의 시신은 샬럿의 빌리 그레이엄 도서관으로 옮겨져 26∼27일 이틀 동안 일반인들의 조문을 받는다.
미 연방의회 상·하원 의원들도 유족의 동의를 얻어 그레이엄 목사의 시신을 워싱턴DC 의사당으로 옮긴 뒤 28일, 3월 1일 이틀 동안 조문하기로 했다. 미 의사당에서 민간인을 위한 조문 행사가 열리기는 2005년 사망한 여성 흑인 인권운동가 로자 파크스 이후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음 달 2일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서 열리는 장례식에 직접 참석하기로 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부시 “그레이엄 목사 만나고 술 끊어… 내 인생 바꾼 분”
입력 2018-02-26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