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무리한 함정 수사를 하다 성매매 여성이 숨진 사건에서 경찰의 민사상 책임을 인정하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영학)는 A씨(여·당시 25세)의 자녀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2014년 11월 경남경찰청 소속 남성 경찰관 6명은 성매매 단속에 나섰다. 이들은 성매매자로 둔갑한 뒤 티켓다방에 전화를 걸어 성매매 여성을 모텔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A씨가 모텔방에 도착해 돈을 받은 뒤 씻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가자 밖에서 대기하던 경찰관 4명이 방을 급습했다. 단속 사유를 고지받은 A씨는 “옷 입을 시간을 달라”고 요구했고 경찰관들은 밖에서 대기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A씨가 나오지 않아 경찰관들이 방에 다시 들어갔을 때 A씨는 창문을 통해 도망치려던 중이었다. 경찰관들이 뛰어들어갔지만 A씨는 6층 높이의 창문에서 추락해 이튿날 새벽 사망했다.
재판부는 “성매매 단속 때는 여성 신체 등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막기 위해 여성 경찰관이 함께 출동해야 한다”면서 “불안감으로 자살·자해 등 돌발 행동을 할 수 있어 피의자를 세심히 감시해 우발 사고를 방지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도 당시 남성 경찰관들만 단속에 나섰고, 단속 장소의 위험성을 미리 검토했어야 하는데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못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A씨가 경찰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도망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며 정부 책임을 30%만 인정, 1억59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함정수사로 성매매 단속 중 여성 사망… “1억6000만원 배상”
입력 2018-02-25 1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