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팀워크와 기량 과시… 컬링 불모지에 열풍 일으켜
김은정 “힘든 일 많았지만 우리는 하나로 똘똘 뭉쳐”
김영미 “개명하고 싶었는데 자랑스럽게 여기며 살 것”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 ‘얼음판의 기적’을 마무리했다. 메달권 진입이 목표였던 여자 대표팀은 완벽한 팀워크, 자로 잰 듯한 샷을 뽐내며 은메달을 일궈냈다. 스킵 김은정을 비롯해 김영미 김선영 김경애 김초희로 구성된 ‘팀 킴’은 지난 18일간 국민에게 감동과 기쁨을 안겨줬다. 불모지 한국에는 ‘컬링 열풍’이 불었다.
세계랭킹 8위인 여자 대표팀은 25일 강원도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결승에서 세계랭킹 5위 스웨덴과 맞붙었다. 예선 리그에서 8승1패라는 무시무시한 기량을 보여줬던 대표팀은 스웨덴에 3대 8로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메달 색깔이나 승패는 더 이상 중요치 않았다. 경기가 끝났는데도 관중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태극기를 흔들며 ‘팀 킴’에 박수를 보냈다.
‘팀 킴’은 처음으로 데뷔한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을 따내는 기염을 토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한국 여자 컬링 전체로도 첫 올림픽 메달이다.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한국 여자 컬링은 최종 성적 8위를 거뒀었다.
여자 대표팀의 활약으로 인터넷에선 각종 패러디물이 유행했다. 국민들은 다소 낯선 컬링의 규칙과 용어를 찾으며 관심을 보였다. 넘치는 카리스마로 팀을 이끈 스킵 김은정은 ‘안경 선배’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시상식을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역사상 첫 메달을 따내서 너무 영광스럽다. 이 자리에 서기까지 힘든 일이 많았지만 우리는 하나로 똘똘 뭉쳤다”고 말했다. ‘국민 영미’로 떠오른 리드 김영미는 “할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인데, 옛날식이라 개명하고 싶었다. 국민들이 이름을 불려주셔서 힘이 났다. 개명하지 않고 자랑스럽게 여기며 살겠다”고 활짝 웃었다. 김은정이 경기 중에 김영미를 부르는 “영∼미” “영미! 영미!”는 국민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줬다.
‘최근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김영미는 “아직 휴대전화를 돌려받지 못해 자원봉사자와 관중이 호응해주시는 정도로만 안다”고 답했다. 김은정은 “예선 첫 경기와 결승전의 관중 호응은 확실히 달랐다. 빨리 휴대전화를 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여자 대표팀은 경기에 집중하려고 대회 시작 전에 휴대전화를 거둬 김민정 감독에게 맡겼다.
여자 대표팀은 지난해 8월 대한컬링연맹이 집행부 내분 때문에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되면서 풍족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 김민정 감독은 “힘들게 훈련해 왔다. 선수들이 잘 따라주고, 같이 뭉쳐 이겨낼 수 있었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지만 도전자의 자세로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강릉=박구인 허경구 기자 captain@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영미! 영미!” 국민스포츠 된 여자 컬링
입력 2018-02-2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