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건국일인 5월14일 대사관 옮기겠다는 미국

입력 2018-02-26 05:05
미국이 오는 5월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한 데 이어 후속조치인 대사관 이전까지 가속화되면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건국일(5월 14일)에 맞춰 5월 중 예루살렘에 새 대사관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사관은 예루살렘 아르도나에 위치한 기존 영사관 건물에 우선 입주하게 되며 상주할 새 부지를 차차 물색할 예정이라고 노어트 대변인은 설명했다.

대사관 이전은 당초 계획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2019년 말’까지로 이전 시한을 밝혔으나 1년 이상 당겨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 이후 이-팔 충돌이 빈번해졌고 그 과정에서 숨진 팔레스타인인이 20여명에 달하는 상황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마이웨이’는 오히려 공고해지고 있다.

미국의 속도전에 팔레스타인을 포함해 아랍권 전체가 강하게 반발했다. 예루살렘을 일방에 속하지 않는 국제도시로 규정한 유엔의 결정에 반한다는 이유에서다. 예루살렘은 유대교뿐 아니라 이슬람교와 기독교의 공동 성지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미국의 대사관 이전 움직임은 ‘아랍인에 대한 도전’ ‘뻔뻔한 국제법 위반 행위’로 규정하며 맹비난했다. 아랍연맹(AL)도 24일 성명에서 “미국의 결정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평화, 공존을 위한 마지막 희망을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터키 역시 “대단히 우려스럽다”는 성명을 내놨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