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노년기 발기부전 치료

입력 2018-02-27 05:00
이윤수(이윤수·조성완비뇨기과대표원장)
“이 원장. 머리뿐만 아니라 몸도 젊어지고 싶소. 도와주시오.”

평소 알고 지내던 선배 K가 얼마 전 예고도 없이 찾아와 사정을 했다. 부인과 사별한 후 반려견 한 마리를 데리고 혼자 지낸 지 꽤 오래된 이로, 주변에서 재혼을 권유해도 막무가내 피하던 분이었다.

그런데 젊어서부터 일찍 벗겨진 머리를 가발로 감춰야 할 정도로 신변에 변화가 생긴 모양이다. 누가 선배의 마음을 훔쳐갔을까 궁금해져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알고 보니 K는 얼마 전부터 지인이 소개해준 여성 한 분을 사귀는 중이었다. 처음엔 싫다고 하였으나 무조건 만나야 된다며 지인이 강요하다시피 가발까지 맞춰주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라고 그는 털어놨다.

K는 쑥스럽기도 해서 몇 차례 피하다가 한번 보기나 하자는 생각에 한 번 두 번 만나기 시작하다 그녀와 잠자리까지 가질 수 있는 관계로 발전했다. 그러나 나이가 나이인데다 아내와 사별 후 성생활을 않고 지낸 지 오래돼 자신이 없어진 게 문제였다.

K는 사별한 아내를 잊지 못해서만은 아니고, 다시 또 누군가와 만나고 헤어진다는 것이 부담이 돼 오랫동안 관계를 끊고 지낸 탓인지 성욕도 발기도 그저 그런 상태라고 호소했다.

실제 환갑을 넘은 나이에 오랫동안 성생활을 하지 않다 보면 남성기능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나이와 더불어 자연스레 따라오는 노화 현상 중 하나로 발기부전을 겪을 수 있다는 말이다.

나는 K에게 발기부전 치료제를 처방해주고 사용법을 자세히 알려줬다. 노화 및 음경동맥경화로 인해 음경 내 혈관이 제 역할을 못하면 발기부전 약만으로는 충분치 않을 수 있어서다. 젊어서는 비아그라(발기부전 치료제의 일종) 냄새만 맡아도 발기가 됐는데, 요즘은 약을 먹어도 뜻대로 안 된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남성기능장애 진단 및 치료를 전문 분야로 삼고 있는 처지여서 K에게 한마디 더 조언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선배, 약을 먹고도 관계에 실패할 수 있어요. 그렇다고 포기하지 마십시오. 그때에도 고개 숙인 남성을 일으킬 또 다른 방법이 있으니까요.”

약을 복용해도 발기가 제대로 안 될 때는 음경보형물수술을 하면 된다. 보형물은 폴리우레탄이나 실리콘으로 만든 긴 풍선 모양으로 만들며 인체에 안전하다. 내부에 식염수를 가득 채우면 발기가 이뤄지고, 식염수가 빠지면 본래 모습으로 돌아오는 원리다. 겉보기에도 크게 표시가 나지 않아 자연스럽다.

‘신중년’의 K선배에게 새로이 다가온 인연이 부디 좋은 결실을 맺기 바란다.

이윤수(이윤수·조성완비뇨기과대표원장)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