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한 트럼프 “대북 2단계로 가면… 세계가 불행해질 것”

입력 2018-02-26 05:00

도널드 트럼프(얼굴)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북 제재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2단계(Phase Two)’로 가야 할 것”이라며 “2단계는 매우 거칠고 전 세계에 매우 매우 불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내가 꼭 그 카드를 쓸지는 모르겠지만 지켜보자”면서 이렇게 말했다. ‘제재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여전히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는 다만 “희망컨대 제재가 작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한을 ‘진짜 불량국가’라고 지칭하면서 “우리가 협상할 수 있다면 대단한 일일 것이고, 협상할 수 없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지 언론은 미국이 또 다시 군사행동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USA투데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군사행동의 전망을 키웠다”고 보도했고, 의회 전문지 더 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가 통하지 않을 경우 군사행동을 경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북한과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국적의 선박 27척과 선박 회사 28곳, 개인 1명 등 56개 제재 대상을 발표했다.

로이터 통신은 추가 압박과 관련, 트럼프 행정부가 해안경비대 소속 함정들을 아시아·태평양 해상으로 파견해 대북 금수 품목을 선적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들에 대한 해상검문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 동맹국들과 함께 해상검문 방안을 협의해 왔다. 미 태평양사령부도 이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공군과 해군 전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향후 제재 선박의 입항을 허용한 항구를 방문한 선박에 대해서도 미국 내 입항을 금지하는 제재를 조만간 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독자적인 추가 대북 제재를 반대하고 나섰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미국이 자국 법에 따라 중국의 법인과 개인에게 독자적으로 제재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미국에 엄중 항의했으며 즉시 잘못된 방식을 중단하고 양국의 협력에 손상을 미치지 않도록 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한반도 상황이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러시아와 미국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모르굴로프 차관은 이를 위해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모스크바로 초청했다고 밝혔다. 모르굴로프 차관은 “북한과 미국 간 별도 회담도 재차 촉구한다”면서 “남북 관계 회복 흐름이 이 지역 군사행동 재개라는 경솔한 움직임으로 깨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베이징=노석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