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채널 한국 경기… ‘동네올림픽’ 된 동계올림픽

입력 2018-02-26 05:05
지난 23일 여자 컬링 한일전이 중계되는 장면. MBC 제공

3사 합계 최고 시청률은 이상화 500m 결승 65.3%
메달 중심 겹치기 편성… 세계적 선수들 볼 수 없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25일 폐막하면서 방송사들의 올림픽 중계도 마무리를 지었다. 최고 시청률이 65.3%(닐슨코리아 집계)에 이를 정도로 국민적 관심사가 집중됐다. 하지만 한국의 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은 경기 위주로 편성돼 세계 최정상급 동계 스포츠를 충분히 즐기기엔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계올림픽 경기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빙속 여제’ 이상화의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 결승전이었다. 지난 18일 방송 3사의 시청률을 합한 결과가 65.3%나 됐다. 시청자 10명 중 6명 이상이 이상화 선수의 경기를 지켜봤던 셈이다. 방송사별로는 KBS가 27.8%로 가장 높았고, SBS 25.2%, MBC 12.3% 순이었다.

이승훈이 금메달을 딴 24일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전은 합계 시청률이 57.4%였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추월 결승전(21일)은 57.2%, 서이라가 동메달을 딴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전(17일)은 56.3%, 최민정이 금메달을 목에 건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전(55.4%·17일)도 50%를 넘겼다. 주로 메달 획득이 확실시되고 스피드가 넘치는 경기에 시청률이 집중된 모습을 보였다.

올림픽 중계의 상당 부분은 한국 경기 위주로 짜였다. 특히 메달이 확실시 되는 경기들 중심으로 중계가 편성되면서 방송사마다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중계에 대한 시청자의 선택은 경기의 내용이 아닌 해설과 캐스팅의 선호도에 따라 나뉘는 식이었다.

이렇다보니 국내 방송 중계가 올림픽의 스케일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끊임없이 지적됐다. 세계적인 선수들의 경기가 한국에서 벌어지는데도 안방의 관중은 이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는 것에 대한 불만도 적잖았다. 특히 ‘스키 여제’라는 미국 선수 린지 본의 알파인스키 여자 슈퍼대회전(17일)을 국내 중계진은 전혀 방송하지 않으면서 빈축을 샀다.

볼거리가 많은 스키나 스키점프 같은 경기는 국내 선수가 출전했더라도 메달권이 아니라는 이유로 중계에서 배제됐다. 스포츠팬들은 “올림픽이냐 동네 경기냐” “메달만 중요하냐”라며 분통을 터뜨렸고 해외 방송 사이트를 찾거나 불법 다운로드를 하는 등 자력으로 올림픽 경기를 시청해야 했다. 메달 중심으로 겹치기 방송 중계를 하는 것이 후진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방송사들도 할 말은 있다. 방송 3사는 동계올림픽 중계권 확보에 350억원 정도를 분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잖은 비용을 들인 만큼 최대의 효과를 내야 한다는 논리가 작용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시청자들의 수준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높은 시청률이 나올 게 분명한 경기들 위주로 편성할 수밖에 없다. 아쉬울 수 있겠지만 예전보다는 나아졌다는 걸로 위안을 삼고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