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팀이 반세기 넘는 도전 끝에 설상 종목에서 값진 메달을 거뒀다. 배추밭에서 스노보드를 타던 이상호는 ‘한국 설상 1호 메달리스트’라는 영예를 안았다.
이상호는 24일 강원도 평창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결승에서 세계 1위 네빈 갈마리니(스위스)에 0.43초 차이로 밀리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종목은 16강부터 토너먼트 방식으로 승패를 가리고 따로 주행 기록을 측정하지 않는다.
한국 설상은 1960년 스쿼밸리 대회에서 알파인스키(임경순)와 크로스컨트리(김하윤)에 처음 출전한 뒤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까지 하나의 메달도 따내지 못했다. 최고 성적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거둔 남자 스키점프 단체전 8위였다. 이상호가 이번에 수확한 은메달은 한국 설상이 58년 만에 얻어낸 소중한 결실이다.
이상호는 어린 시절 강원도 정선 고랭지 배추밭에서 스노보드를 타며 꿈을 키웠다. 그래서 ‘배추보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지난해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평행대회전과 평행회전 2관왕을 달성해 올림픽 메달을 예약했었다. 이상호는 “스노보드가 인생에서 가장 설레고 재밌었다. 그 기분을 배추밭에서 맛봤다”며 “연습처럼 하겠다는 자신감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배추보이’ 이상호 “살면서 가장 큰 설렘, 배추밭서 맛봤다”
입력 2018-02-2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