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도 양극화… 삼성계열사 ‘풍년’ 금융그룹 ‘흉년’

입력 2018-02-26 05:05

12월 결산 상장사들의 ‘배당 서프라이즈’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일부 실적 부진 기업 등의 ‘배당 쇼크’로 배당 양극화 조짐도 나타난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까지 코스피200지수 편입 상장사 가운데 128곳이 12월 결산 배당금을 발표했다. 평균 배당수익률은 1.42%로 시장 예상치 1.28%를 넘어섰다. 앞서 중간·분기 배당 규모가 전년보다 3.5배 증가한 만큼 결산 배당금은 낮을 것이라고 예측했었지만 깜짝 배당이 나타난 것이다.

삼성 계열사가 배당 서프라이즈에 앞장섰다. 삼성화재는 주당 배당금을 전년도보다 64% 높은 1만원으로 확정했다. 제일기획 삼성물산 등도 예측치보다 높은 배당금을 결의했다. DB손해보험, 미래에셋대우 등 증권·보험업계도 통 크게 배당 증액을 결정했다.

상장사들의 배당 확대는 기업 실적 호조세와 저금리 기조, 정부의 주주친화정책의 세 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은 약 198조원으로 2016년보다 32% 증가했다. 김현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익을 많이 낸 기업으로선 투자와 배당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정부의 주주친화 성향과 더불어 투자하기 녹록지 않은 저금리 환경 등이 배당 확대라는 선택을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반면 두산중공업, 기아차, 만도 등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던 종목들은 예상치보다 낮은 배당금을 발표했다. 하나금융, 신한지주 등 국내 주요 금융그룹의 경우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음에도 배당은 저조했다. 이에 대해 안유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지주들이 금융 당국의 자본규제안 시행과 바젤Ⅲ(국제은행자본규제) 시행 예정에 따른 자본건전성 강화 등을 고려해 내부유보금을 확보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에도 배당 확대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선 코스피 상장사들이 앞으로 12개월간 내놓을 배당(중간·분기·결산) 수익률을 2.07%로 예상한다. 2%를 돌파한 것은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안규영 기자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