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한방에 날려버렸다.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 ‘팀 킴’이 올림픽 종목 사상 최초로 메달을 확보하며 불모지에 새 역사를 심었다. 4년 전 러시아 소치에서 올림픽 첫발을 내디딘 한국 여자 컬링은 평창에서 전 세계 강팀들을 차례로 제압하며 금빛 사냥에 나서게 됐다.
김은정 김영미 김선영 김경애 김초희로 구성된 여자 대표팀(경북체육회·세계랭킹 8위)은 23일 강원도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준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일본(6위)을 8대 7로 꺾었다. 한국은 지난 15일 일본과의 예선 2차전에서 5대 7로 졌다. 7연승의 파죽지세로 예선 1위(8승 1패)를 차지한 한국의 유일한 패배였다. 그러나 한국은 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성사된 한·일전 리턴매치에서 완벽한 복수극을 펼치며 결승 진출 티켓을 따냈다.
한국 컬링은 2014 소치올림픽 당시 경기도청 선수들로 구성된 여자 대표팀이 8위에 오른 것이 역대 최초이자 최고의 성적이었다. 경북체육회가 바통을 이어받은 여자 대표팀은 메달권 진입이 목표였지만 기대 이상의 깜짝 돌풍을 일으키며 컬링 신드롬의 주역이 됐다.
대표팀은 지난 한·일전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 제대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승부처였던 8∼10엔드에서 연달아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 이날 대표팀은 정교한 샷을 앞세워 지난날의 패배를 되갚았다. 결승행을 확정한 뒤에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기뻐했다. ‘안경 선배’ 김은정은 안경을 벗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대표팀은 1엔드에서 3점을 따내며 기선제압에 나섰다. 전반 승부처마다 정확한 더블 테이크 아웃(한 번에 상대 스톤 2개를 밀쳐내는 기술)을 선보인 김경애와 김선영의 집중력에 힘입어 5엔드까지 6-3으로 앞섰다.
스킵 김은정은 승부수를 띄웠다. 7엔드 마지막 스톤으로 1점을 딸 수 있었지만 8엔드 후공을 위해 득점 없이 비기는 스로를 택했다. 대표팀이 8엔드 1점을 더 달아나며 승기를 굳히는 듯 보였으나 9∼10엔드에서 3실점하며 동점을 허용했다.
연장에서도 진땀 승부가 펼쳐졌다. 대표팀은 김은정이 마지막 스톤을 하우스 정 가운데로 정확히 밀어 넣으며 귀중한 1점을 따내 경기를 매듭지었다.
이제 금메달이 걸린 결승전만 남았다. 대표팀은 최소 은메달을 확보했다. 상대는 이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준결승전에서 영국(4위)을 10대 5로 꺾은 스웨덴(5위)이다. 결승전은 평창올림픽 폐막일인 25일 열린다.
강릉=박구인 허경구 기자 captain@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끝까지 조마조마했지만… 마늘소녀들, 새 역사 쓰다
입력 2018-02-24 0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