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춘재까지 함께 걸으며 환담
靑, 유대교 이방카에 맞춰 육류 뺀 ‘코셔’ 식단 준비
이방카 “아이들에게 케이팝 영상 보여줬더니 매일 댄스파티 벌여
한국어 가르쳐 한국노래를 대통령 앞에서 부르게 할 것”
문재인 대통령과 이방카 트럼프 미국 백악관 선임고문의 첫 만남은 정부의 극진한 환대 속에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만찬에 앞서 이방카가 차량에서 내릴 때 직접 영접했고, 정부는 국가 정상의 공식 방문에 준해 예우했다.
문 대통령은 23일 외국 정상을 맞을 때 사용되는 청와대 상춘재에서 환영 만찬을 주최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백악실에서 40분 간 면담한 뒤 먼저 녹지원에 도착해 이방카를 기다렸다. 당초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영접할 예정이었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이다. 이방카가 도착하자 문 대통령은 상춘재까지 150m가량을 함께 걸으며 환담했다.
문 대통령은 “어제 오늘 한국에 눈이 내렸다”며 “귀한 손님이 올 때 상서로운 눈이 내린다”고 말했다. 이어 “폐회식에 미국 대표단이 오신 데 대해서 한국 국민을 대표해 깊이 감사드린다”며 “한·미 양국은 동맹일 뿐 아니라 국민 간에도 아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친밀감을 표현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연합사 구호가 ‘함께 갑시다, We go together’인데 그 구호대로 한·미 양국이 영원히 함께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과 이방카는 만찬에서 양국 올림픽 선수단의 선전과 일·가정 양립, 케이팝(k-pop), 한국 문화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했다. 이방카는 이 자리에서 “내 아이들에게 케이팝 영상을 보여줬더니 아이들이 매일 댄스파티를 벌이고 있다”며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한국노래를 문 대통령 내외 앞에서 부르게 하겠다”고 말했다. 또 “미국 대표단과 미국 선수단 전원을 대표해서 한국에 오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오늘은 며칠간 있을 아주 좋은 일정의 시작이다. 많이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환영 만찬 메뉴도 특별히 신경을 썼다. 이방카 취향에 맞춰 유대교 율법에 따라 조리된 음식인 ‘코셔’를 준비했다. 이방카는 정통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수석고문을 만나 결혼하면서 유대교로 개종했다. 이방카 부부는 평소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등 유대인 식사법을 따르고, 유대교 안식일도 철저히 지킨다고 한다.
청와대 상춘재의 만찬 테이블엔 3년 숙성 간장소스로 버무린 연근 배 샐러드와 대추 황률죽, 된장소스를 바른 금태구이가 전채요리로 나왔다. 메인은 두부구이, 비빔밥과 콩나물국이었다. 이어 딸기숙과 딸기 얼음과자, 유자차가 후식으로 제공됐다. 청와대는 충북 영동산 백포도주와 미국 나파밸리산 적포도주를 함께 준비해 한·미 간 화합을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식단에선 갑각류와 회 등을 피했고 육류도 뺐다”고 말했다.
앞서 이방카가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자 외교부 의전장이 나가 영접했고, 미 대표단에 수행 의전관과 청와대 경호인력을 배치했다. 이방카는 지엠(GM)이 생산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쉐보레 서버번을 타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미국 대통령을 경호하는 백악관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애용하는 차량으로 한국GM이 생산하는 모델은 아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文 “귀한 손님 올 때 상서로운 눈 내려”… 이방카와 화합 만찬
입력 2018-02-24 00:11